입시 코디네이터, 진짜 있을까?
서울대생들이 만드는 유튜브 채널 ‘S대 티비’에 올라온 ‘서울대 의대생에게 SKY 캐슬을 보여주었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학생은 “주변에 물어보니 있다고 하더라”며 “코디가 아닌 멘토 선생님으로 불리는데 동기 중 한두 명으로부터 (그런 존재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강남 쪽에선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이들이 시급 500만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또 자신을 대치동에서 중고등학교 생활을 보낸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스누라이프에 “꼭 코디라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있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V’의 ‘서울대 의대 가려면 진짜 입시 코디 있어야 하나요?’ 영상에 출연한 서울대 의대생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코디라는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며 “입시 컨설팅은 있었다. 컨설팅으로 유명한 학원들은 존재했다”고 답했다. 1~2시간 상담을 통해 대입 준비를 위한 조언을 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드라마처럼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대치동에서 자라 서울과학고, 연세대 의대를 나온 의사이자 유튜버 ‘민닥터’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코디라는 개념을 들어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 해봤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며 “하지만 (드라마를 보니)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대필은 실제로 이루어진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치동에서 거주한 고려대 재학생 김소현씨는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를 통해 “실제로 자소서 대필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제 친구도 제가 고대를 쓴다고 하니 ‘너 학원에 맡길 거지?’라고 물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까지 해서 대학을 가면 얻는 게 있을까 싶다”고도 덧붙였다.
대전과학고를 나와 서울대 약대를 거쳐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유모씨는 ‘민닥터’를 통해 지인의 논문 대필 경험을 전했다. 그는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어머니가 내신도 좋고, 수상실적도 좋은데 논문이 없다고 하더라. 제 지인은 돈을 받고 중학생이 쓸 만한 논문을 대신 써줬다고 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를 위한 VVIP 입시설명회가 있다?
이에 대해 ‘민닥터’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엄청나게 부자인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그들이 의대를 보내겠다고 입시설명회에 참석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는 일종의 노동자다. 진짜 부자가 되려면 의사라는 직업으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부자들은 의대보다는 좋은 학교의 다른 과를 가거나 외국 유학 가는 경우가 더 많다”며 “VVIP를 위해 의대 입시설명회를 한다면 실제로는 아무도 안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서울대 의대생들 중에선 비교적 여유 있는 집안에서 자란 학생들이 꽤 있다는 게 서울의대 출신 고재영 ‘코코클리닉’ 원장의 생각이다. 고 원장은 “서울 의대 학생들의 집안이 다 부유하진 않지만 대체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이라며 “부모님이 의사거나 모교 교수님인 경우가 꽤 있었다”고 말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의예과 편입을 한 경우에도 부모님이 전문직이거나 재정적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고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부모가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자식 교육에 신경 쓸 여유가 많아지고, 확률적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면서도 “SKY 캐슬에 나오는 부모들처럼 간섭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드라마 같은 모습은 일부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