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 목표는 美국민 안전" 폼페이오 '북핵 속내' 파문

중앙일보

입력 2019.01.13 13:14

수정 2019.01.13 14:34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국민의 안전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 한마디가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뷰에서 북 비핵화' 보다 '미 국민 안전' 먼저 거론
2차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북한과 'ICBM 빅딜' 해석도
갈루치, "북 ICBM 폐기, 미 일부 제재완화' 나쁘지 않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대표급 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쪽으로 미국의 대북 협상 스탠스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1일 현지에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를 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 미국민들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하면 계속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대화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론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at the end that’s the objective; it’s the security of American people)"라고 말했다.
 
물론 폼페이오는 이 말을 한 뒤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해야 한다" "(북한이 제재완화를 받으려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핵심 명제로부터 단 하나의 변화도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국제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된 완전히 비핵화된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캡처]

 
다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협상 책임자인 폼페이오가 북한 비핵화에 앞서 미국 국민의 안전을 '궁극적 목표'라는 단어를 쓰며 우선순위를 둔 데 대해 주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과의) 합의를 수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고 규정하는 대신 (정의가) 불분명한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협상 목표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며 "(이번 폼페이오의 발언처럼) 그렇게 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협정을 깨뜨릴 수 있는 우려도 함께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철 폼페이오 뉴욕 고위급회담

 
이에 앞서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지난 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란 표현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란 표현을 쓰고 있다"면서 "달성하기 어려운 비핵화 목표 대신 ICBM 제거 쪽으로 대북 정책이 수정된 것일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한 미국이 대외적인 명분으론 북한 비핵화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론 '북한의 ICBM 폐기+ 핵 동결+ 북핵 비확산' 선에서 북한과 타협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나아가 오는 2~3월 경으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던지는 새로운 메시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 무기 조정관은 VOA에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라며 "하지만 이는 단계적으로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즉 북한의 비핵화가 궁극적 목표이긴 하지만, 미 정부로선 일단 과도기적 단기 목표로서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의 제거'를 우선 순위에 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다만 '과도기 목표'라고 해도 북한 쪽이 ICBM 카드로 비핵화 협상을 최종적으로 마무리지으려는 작전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미국이 ICBM 제거의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 미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끔 하는 협상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VOA에 "미국이 북한과 ICBM을 제거하는 수준에서 북한과 합의를 한다면 국제안보를 무너뜨리고 한·일과의 동맹이 훼손될 것이라는 사실은 미 행정부도 잘 알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

 
다만 갈루치 전 특사는 "미북 협상이 진전을 보기 위해선 양측이 모두 선제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며 "북한이 먼저 탄도미사일 관련 조치를 취하고, 미국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일부 제재 완화 조치를 내놓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먼저 시작되건, 혹은 ICBM 탄도미사일 제거를 우선시 하건, 모든 절차가 결국 북한 비핵화로만 이어진다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