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줄기처럼 캐면 캘수록 계속 의혹이 나온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지난해 11월 국회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문제로 뜨거웠다. 특히 여야 모두 국정조사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중앙일보 보도와 국정감사를 통해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의 공방은 절정에 달했다.
야당이 서울교통공사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들이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도 국정조사로 다루자고 맞불을 놨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는 서울교통공사뿐 아니라 강원랜드도 대상으로 하는 채용 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
두 달 만에 쏙 들어간 채용 비리 국정조사
공공기관 채용 비리 국정조사가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인 것은 표면적으로는 유치원 3법 때문이다. 국정조사위원장인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야당이) 국정조사는 하자고 하면서 유치원법은 안 하려고 하니까 합의가 깨진 것 아닌가. 둘 다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합의할 때 유치원법이 전제조건이라고 한 적이 없다. 각각 별개의 문제고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유치원법은 그것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당이 유치원법을 핑계로 국정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야 모두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정조사를 하면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강원랜드의 경우 한국당 권선동ㆍ염동열 의원이, 서울교통공사의 경우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관돼 있다. 여야 모두에게 흠집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것이다.
20대 국회 11건 요구에 2건 의결
떠들썩한 시작과 달리 실제론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아 국정조사 요구는 ‘공갈포’로 인식되기도 한다. 비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5선 의원인 민주평화당의 천정배 의원은 “실제 필요해서라기보다 야당이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처음에는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가 때려잡을 듯이 싸우다가 언론이 비리를 이미 밝혀내고 국민의 관심도 식으면 ‘식은 파이’가 된다. 실제론 국정조사 카드를 가지고 정치적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11건의 국정조사 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됐지만, 실제 본회의에서 의결된 건 ‘최순실 국정농단’과 ‘가습기 살균제 사고’ 단 두 건뿐이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