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날 양 전 원장의 강제징용 판결 개입 의혹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집중 수사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양 전 원장의 혐의는 40여 가지에 달한다. 그중 핵심 혐의부터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양 전 원장 '재판거래·블랙리스 의혹' 부인
검찰 "1차례 이상 추가 소환, 일정은 비공개"
추가 소환 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검찰 관계자는 "양 전 원장님이 기자회견에서 혐의를 부인하셨던 것과 같은 취지로 답변을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양 전 원장에게 대법원 등에서 확보한 각종 문건과 판사들의 진술을 제시하며 조사를 진행했다. 준비한 질문지도 A4 10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양 전 원장의 지위를 고려해 호칭이나 조사 방식 등에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조사도 조서 열람을 포함해 자정 전에는 종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저녁 8시 전에는 조사가 종료돼야 양 전 원장이 조서 열람을 마치고 자정 전에 검찰청을 나설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은 사법부를 대표해서 수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며 양 전 원장이 피의자 신분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양 전 원장의 조사 중 진행된 검찰청의 출입 통제에 대해서도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는 목적이 중요했다"고 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원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대법원 정문 앞에서 약 4분 30초간의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힌 뒤 검찰 포토라인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양 전 원장 소환에 앞서 그의 손발이라 불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했고, 박병대·고영환 전 대법관을 2차례 이상 불러 조사했다. 또한 권순일·이동원·노정희 등 현직 대법관에 대해서도 서면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원장에 대한 조사는 이번 수사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고 했다. 검찰은 이달 안에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수사를 마무리짓고 혐의가 입증된 피의자들을 기소할 방침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