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의 ‘이슈 메이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에서 지난달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자리를 옮긴 문미옥(51) 1차관 얘기다.
‘이슈 메이커’ 문미옥 과기부 1차관
의원·청와대 거쳐 ‘왕차관’ 별명
“실세차관 일 잘하라는 말로 이해”
“탈원전 공약, 선명성 강조한 구호
표현 미숙해 불필요한 오해 불러”
“KAIST 총장 사태 배후에 청와대?
정치공작적 마인드의 얘기일 뿐”
중앙일보는 8일 정부과천청사 차관실에서 문 차관과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그간 수많은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음에도 인터뷰 제의를 거침없이 받아들였다. 과기보좌관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언론과 단 한 차례도 인터뷰를 하지 않은 터였다. 의원을 지낸 실세 왕차관답게 문 차관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고, 언어는 다소 거칠기까지 했다. 그는 그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차관 취임을 축하한다. 왕차관, 실세 차관이란 표현 어떤가.
- “에이 말도 안 된다(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보기 나름이란 생각도 든다. 실세 차관이라는 걸 장점으로 활용하라는 말로도 들린다. 부처 일을 할 때 국회에 있었기 때문에 의원들과의 소통이 잘되는 부분들이 있다. 적어도 여당 의원들이 동료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많은 지지를 해주신다. 청와대나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 차관에 임명될 때 지지세력이라 여겼던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구노조가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당혹스러웠겠다.
- “앞으로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메시지로 들었다. 성명서의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자면 끝이 없다. 대표성이 있는 노조들을 다 초청했다. 곧 만날 거다.”(공공연구노조에서는 당시 ‘국가과학기술정책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고, 그 문제의 중심에 문 임명자가 자리 잡고 있다. 문미옥이란 이름이 불통과 무능의 대명사로 등장했다. 과학기술계의 인사는 과거회귀였다’라고 비판했다.)
- 과학계 인사 난맥의 핵심이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인사의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런 인사는 보좌관이 맘대로 하는 게 아니다. 위원회 등의 검토를 거쳐서 이뤄진다. 박성진·박기영 교수 인사의 경우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인사의 의도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박기영 교수의 경우 참여정부 당시 만들었다가 이후 없어졌던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이른 시간 안에 되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박성진 교수 역시 벤처 정책 등의 분야에 역량이 탁월했다. 다만 능력 이외의 것에 대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은 아프게 생각한다. 출연연 기관장들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뒤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밝히긴 어렵지만 문제가 있는 경우였다.”
- 과기정통부의 신성철 KAIST 총장 고발 건은 장관도 “내 손을 벗어났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관여했다는 얘기 아닌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사퇴 압박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 “그런 게 정치공작적인 마인드다. 장관이 ‘내 손을 벗어났다’고 한 얘기는 검찰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정권 초부터 사퇴 압박을 했다는 주장 역시 루머일 뿐이다. 만약 정치적 이유로 사퇴를 요구했다면 2017년에 이미 끝냈을 거다. 신 총장 건은 과기부 감사관실에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를 감사하다 시작된 것일 뿐이다. 검찰로 넘어갔으니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다. 나는 신 총장 건은 알지도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이병태 KAIST 교수는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지인이 장관에게 직접 물어보고 얘기해 준 것이다.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는 의미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관여했다는 의미로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과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에 관심 없다고 불만이 많다.
-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복원하고, 본부장을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했다. 또 올해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도 최초로 20조원을 넘었다. 앞으로 연구자는 물론 국민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 이 정부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R&D가 20조원에 달하는 데도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자동차·스마트폰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반도체마저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 “어려운 건 사실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뚜렷이 손에 쥐고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잘하고 있는 분야도 있다. 수소경제와 인공지능 등 13개 성장동력 분야가 그렇다. 이 분야에 특별히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조기에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인재를 키우는 것과 기술개발 단계의 사이에는 시간의 격차가 있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람 중심, 연구자 중심으로 문화를 바꿔 나가면 성과도 나올 것이라 믿는다.”
- 대통령의 공약인 탈핵 정책에도 앞장서 왔는데 역시 논란이 많다.
- “대선 전후로 탈핵 얘기가 나온 건 사실이지만,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구호였다. 정책적 용어로 다듬어지기 전에 쓴 표현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면에서 미숙했던 측면이 있고, 많이 나갔던 표현이라 생각한다. 정부는 탈원전이 아니라 원자력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이나 대만처럼 급격한 원전 축소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최준호·최연수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