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참모총장이 행정관 부른 것”…군 안팎 “그것도 부적절”

중앙일보

입력 2019.01.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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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이 육군총장이 부른 게 아니라 육군총장이 행정관을 국방부 인근으로 불렀다.”
 
육군이 5급 청와대 행정관이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났다는 논란에 대해 9일 이렇게 해명했다. 지난 2017년 9월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정모(36) 전 행정관이 군 인사와 관련해 물어볼 게 있다며 김 총장을 국방부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군, 5급행정관 면담 논란에 해명
카페서 따로 만난 이유 설명 없어

육군은 이날 국방부 출입 기자단에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보낸 ‘입장’에서 “육군총장은 취임 이후 2017년 9월 초에 청와대의 군 장성 인사담당 측에서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어 조언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문의와 부탁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침 서울 일정이 있던 (총장이)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해당 행정관을 국방부 인근 장소로 불러 잠깐 만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 청와대 행정관이 4성 장군인 김 총장을 제멋대로 오라 가라 했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지난 7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서 일하는 행정관은 대통령의 철학과 지침에 대해 인사추천권자인 총장과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군내 여론이 악화했다. 육군은 청와대의 군 장성 인사담당 측이 가진 실무적인 어려움이 어떤 것이었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정 전 행정관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군 인사를 담당했다.
 
육군은 “(김 총장은) 그 자리에서 육군의 인사시스템과 향후 절차, 총장의 인사 철학 등에 관해 설명하고 헤어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육군의 인사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육군이 청와대를 의식해 뒤늦게 내놓은 입장이 오히려 ‘총장이 행정관을 따로 부른 것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불렀다. 육군의 입장엔 사무실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 따로 만난 사실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김 총장은 그동안 “당시 육군 대령 신분(현재 준장으로 진급)으로 청와대 안보실에 파견간 심모 행정관이 다리를 놔 정 전 행정관을 보게 됐다”고 말해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