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서모(25)씨의 지갑에는 현금 17만원과 신분증, 그리고 회사 법인카드가 들어 있었다. 상사에게 받은 법인카드를 잃어버리면 발급받는 데 시일도 오래 걸리고, 그만큼 업무에 차질이 생겨 질책을 받을까 걱정이 컸다. 최 경위는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본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니까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46번 버스를 탔다는 서씨의 말에 최 경위는 버스회사와 연락해 그가 탔던 버스를 추적했다. 서씨가 탔던 버스인 줄 알고 쫓아갔으나 다른 버스인 적도 있었고, 길도 막혔다. 지갑을 찾기 위해 달리다 보니 결국 중랑구 중화역 부근까지 다다랐다. 코엑스사거리에서 약 11km를 달려야 하는 거리다. 길에서 버스를 세우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니 도착 예정인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만난 146번 버스. 다행히 승객이 지갑을 찾아 버스운전기사가 보관하고 있었다.
최 경위는 근무지로 돌아가면서 어차피 같은 방향이니 서씨를 회사까지 태워주기로 했다. 가는 도중 무언가를 적는 듯 보였던 서씨는 순찰차에서 내리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메모를 내밀었다. 최 경위는 “속으로 손편지를 받으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서씨는 “경찰분께 지갑을 찾아 달라 여쭤보긴 했지만 정말 해주실 줄은 몰랐다”며 “책임지고 끝까지 따라가 찾아주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멋진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 지었다.
최 경위는 “시민의 작은 요청이라도 본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일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 신고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버스회사에 연락해 버스 노선번호와 시간대를 말하면 기사에게 분실물을 찾도록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시간이 흘러 분실한 것을 알게 됐다면 버스 유실물센터에 확인 후 가까운 파출소에 분실신고 접수를 하거나 ‘경찰 로스트 112’ 앱에 접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