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5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받아든 숙제다.
아시안컵 1차전서 드러난 문제점
FIFA랭킹 116위 필리핀에 1-0 승
볼 점유율 80%에도 수비 못 뚫어
남은 2경기 상대도 밀집수비 유력
손흥민식 과감한 돌파·패스 절실
마치 골문 앞에 대형버스 2대를 주차한 듯했다. 실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런 수비 전술을 가리켜 ‘Park the bus’라는 표현도 쓴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종종 쓰는 전략인데,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 전술을 써 1-1 무승부를 끌어냈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은 지난해 9월 당시 FIFA랭킹 12위 칠레와 득점 없이 비겼다. 그 다음 달인 10월에는 FIFA랭킹 5위 우루과이를 2-1로 꺾었다. 세계적인 강팀을 맞아 선전했던 팀이 오히려 약팀을 만나선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12일 오전 1시(한국시각)에는 키르기스스탄(FIFA랭킹 91위)과, 16일 오후 10시 30분 중국(76위)과 차례로 조별리그 2, 3차전을 치른다.
1차전에서 중국에 1-2로 진 키르기스스탄이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C조 최강자인 한국을 상대로 비기는 전술을 쓸 가능성이 크다. 1승을 챙긴 중국도 한국과 맞서기보다는 승점 1점을 따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은 조별리그 남은 두 경기에서 극단적인 수비 전술, 심지어 ‘텐백’(골키퍼를 뺀 필드플레이어 10명이 모두 수비를 하는 전술)을 뚫어야 할 수도 있다.
한국 축구는 그간 극단적인 전술로 나온 상대에게 고전했다. 일부에선 “‘텐백’은 답이 없다”라고도 한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축구 분석업체 ‘팀트웰브’의 분석을 보면 한국은 필리핀의 약 6배인 628개의 패스를 시도했다. 그 중 크로스 패스는 34개였지만 침투 패스는 3개뿐이었다. 바로 침투 패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 겸 JTBC 해설위원은 “볼 터치가 길면 상대 압박에 시달린다. 상대 수비 뒤쪽으로 한 템포 빠르게 침투 패스를 찔러, 수비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측면 돌파 후 문전으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방향을 바꿔 크로스를 주는 ‘컷백’을 시도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후반 22분 결승골 상황이 그랬다. 이청용(31·보훔)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의 황희찬(23·함부르크)에게 패스했다. 황희찬이 방향을 바꾸는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황의조(27·감바 오사카)가 대포알 같은 오른발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그 경기를 치르고, 조별리그 3차전 중국전 직전 대표팀에 합류한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컨디션 문제로 중국전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