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9%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가격 하락이 직격탄이 됐다. 지난 연말부터 차갑게 식고 있는 반도체 시장은 일러야 하반기, 늦으면 연말쯤은 돼야 회복될 조짐이다. 지난해가 잔칫집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암흑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4분기 영업익 39% 떨어진 10조대
6분기 연속 14조원대 행진 멈춰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
스마트폰·디스플레이 부진 겹쳐
5G 서비스 본격화되는 내년께
반도체 수요 늘어날지가 관건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은 건 우선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 등) 가격의 급락이다. D램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 45에서 11월 41.58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플래시메모리 수출물가지수는 더 떨어져 지난해 8월 49.75에서 지난해 11월에는 28.46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의 실적 역시 뒷걸음질 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9460만대에 그쳤다. 2017년 판매 대수 3억1750만대에 비해 2200만대가 줄었고, 최근 몇년간 이어오던 연간 3억대 판매 기록도 멈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 4분기 영업이익은 1조5000억~1조9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 추정대로라면 스마트폰 부문의 분기 영업이익이 갤럭시7의 배터리 발화 사태가 발생했던 2016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2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기대보다 줄면서 실적이 기대 이하였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디스플레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원 이상이 예상됐지만, 훨씬 못미치는 것 같다”며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탓”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부진이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애플이 중국 시장의 부진을 이유로 실적을 하향 조정한 데서 보듯이, 세계적으로 반도체 최대 수요 업체인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투자가 위축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서 올해 5G(세대) 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는 만큼 내년부터는 데이터센터 증설이나 가전업체 수요 증가가 맞물려 반도체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하반기쯤 돼야 반도체 가격이 다시 안정세를 찾고, 내년쯤 돼야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다른 업종이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도체 불황이 현실화하면서 이 총재의 걱정대로 당분간 한국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