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님. 지금 설명한 내용이 이해가 안 됩니다.”
“저스틴님. 오늘 회의에 참석하실 수 있나요?”
외국계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화다. 올해부터는 서울시교육청이나 서울 시내 초·중·고에서도 이런 대화가 가능해진다. 서울시교육청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간 호칭을 ‘~님’ ‘~쌤’ 등으로 통일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복장도 자율화돼 올해 여름부터는 교육청 직원이나 교사들도 반바지나 샌들 차림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8일 발표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자유로운 업무환경과 토론이 있는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권위적인 호칭과 획일적인 복장은 태도부터 사고방식까지 경직시켜 창의적인 사고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수평적 호칭제 ▷복장 자율화 ▷자유토론방 운영 ▷관행적인 의전 폐지 ▷근무여건 개선 등 10대 혁신과제를 선정했다.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방안 발표
호칭 문화 통일, 복장 자율화 포함
업무방식 개선, 수평문화 정착 목표
“호칭만 바꿔선 효과 없어” 비판도
호칭의 변화가 실제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게 서울시교육청 설명이다. 실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원·학생들이 ‘~님’ 호칭을 사용한 결과, 학생끼리 비속어를 사용하는 횟수가 줄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앞으로 간부회의에서부터 수평적 호칭을 사용하고, 희망기관이나 부서를 대상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예컨대 실·국장들이 조희연 교육감을 ‘교육감님’이 아니라 ‘조희연쌤’이나 ‘조희연님’으로 불러야 한다.
서울 시내 초중고 중에서는 혁신학교에서 먼저 시범 운영한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주도하는 언어문화개선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게 도울 예정이다. 호칭은 ‘~님’ ‘~쌤’ 뿐 아니라 영어 이름이나 별명 등을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 시교육청이 수평적 호칭의 하나로 ‘~쌤’을 예시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바른 언어의 본보기가 돼야 할 교육청이 은어 사용을 권유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나 학생들이 친근감의 표현으로 ‘선생님’을 줄여서 ‘쌤’이라고 부르는 일이 종종 있지만, 이는 표준어가 아닌 은어다”며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에서 학생들의 바른 언어 사용을 돕기는커녕 은어 사용을 권유하니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어떤 호칭으로 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18일까지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 후, 2월 중에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