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통은 “자료상의 조성길이 외무성 근무자로 나오는 데다 조성길 부인의 이름이 주태국대사를 지낸 이도섭의 딸(이광순)과 같다”며 “해당 주거지의 특성과 소속 부처, 부인의 이름 등을 감안할 때 자료상의 조성길은 망명을 시도했던 조성길과 동일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다 2016년 한국에 왔던 태영호 전 공사는 중앙일보가 조성길의 망명 타진을 보도한 뒤 “조성길의 장인은 태국 대사를 지낸 이도섭”이라고 했고, 주태국 대사관에서 참사로 근무했던 탈북 외교관 홍순경씨는 “이도섭 대사 딸의 이름이 이광순”이라고 국내 언론에 밝혔다.
외무성 근무 초기 창광거리 거주
당 핵심 많이 사는 ‘평양 압구정동’
부친·장인 부부장급 이상 가능성
태영호 “조성길 한국행은 의무”
북한에선 당 부부장급 이상 핵심 간부들이 별도로 배정받은 아파트에 모여 생활하는데, 일반인 또는 하급 관리들은 이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다. 1999년 외무성 경력을 시작했던 조성길이 2000년대 이미 핵심계층 주거지에 살고 있었다는 점은 당시 그의 부친이나 장인이 노동당 부부장급 이상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가운데 태 전 공사는 지난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조성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태 전 공사는 “미국으로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민족의 한 구성원이며 북한 외교관이었던 나나 자네에게 있어 한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다”며 “내가 한국으로 왔다고 해서 나를 정당화하려는 말은 아니라, 한국은 지상천국은 아니지만 자네가 이루려던 바를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네나 나나 북한 외교관으로서 남은 여생에 할 일이란 빨리 나라를 통일시켜 통일된 강토를 우리 자식들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서울에서 나와 의기투합해 우리가 몸 담갔던 북한의 기득권층을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통일하자”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우리가 평양에서 헤어진 지 6년이 흘렀다”며 조성길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2008년 초 우리(태 공사) 가족이 로마에 갔을 때 자네(조성길)가 우리 애들을 로마 시내로 데려가 하나 하나 설명해 주던 때를 추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철저한 신변 보호를 보장해 줄 것이며 직업도 바라는 곳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이 쓴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가 6개월 동안 15만 권 이상 팔렸음을 알린 뒤 “자네도 한국에 와 자서전을 하나 쓰면 대박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백두수호대’나 ‘태영호 체포결사대’ 같은 극소수 극좌 조직들도 있지만 진정으로 평화통일, 북한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는 조직들이 수십 개나 된다”면서 “한마디로 서울은 한반도 통일의 전초기지”라고 강조했다. 편지 말미에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 헌법에 ‘한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이루어졌다’고 돼 있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다 한국 주민들이라는 뜻”이라며 “이제라도 이탈리아 당국에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나는 대한민국 공민이다,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가겠다!’ 라고 말하라”고 촉구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