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땐 ‘10만원 교통카드’…서울은 덤덤, 부산선 호응

중앙일보

입력 2019.01.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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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양천구청과 관내 주민센터에 1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양천구가 이날부터 만 65세 이상 운전자 운전면허증을 반납받기 시작하면서다. 노인들은 “면허증을 반납하면 어떤 혜택이 있나” “절차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양천구청이 시행하는 이른바 ‘운전면허증 졸업증’ 제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고령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면허증 자진반납을 유도하는 제도다. 양천구에 따르면 첫날 신청자는 11명이었다. 총 대상자가 2만5000여 명이어서 아직은 갈길이 멀다. 양천구는 면허증 반납자 중 250명에게 10만원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우대제도’를 도입했다.

양천구청, 2일 서울 최초로 도입
“첫날 문의전화 100통, 신청 11명”
부산은 1년 동안 4800명 반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령자에게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는 건 이들의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심각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야기한 교통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7년 2만6713건으로 증가했다. 이 중 사망 사고는 763건에서 848건으로 11.1%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사망 사고는 4762건에서 4185건으로 줄어든 반면 노인 사고는 거꾸로다.
 
이달부터 면허 취득·갱신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었다. 75세 이상의 경우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신규 면허증을 딸 수 있다. 면허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는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지자체는 유도 정책을 시행한다. 국내 처음 자진반납제를 시행한 부산시는 “효과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시가 교통카드(10만원권)와 목욕탕·안경점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복지카드 등을 지급하자 4800여 명이 면허증을 반납했다. 그 전에는 한해 400명 수준이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부산 거주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사망사고는 16건이었다. 2013~2017년 평균치(27건)보다 40.7% 줄었다. 이지연 부산시 공공교통정책과 주무관은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고 효과가 있어서 예산을 지난해 4000만원에서 올해 4억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인센티브는 대중교통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이동권은 삶의 질과 직결돼 보완 대책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할 때 이용할 바우처를 제공한다거나 대중교통비 대폭 할인, 마트 무료 배송 등 촘촘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