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대피시킨 故 임세원 교수 '의사자' 될까…“수사결과 나와봐야”

중앙일보

입력 2019.01.03 19:01

수정 2019.01.04 10:3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2일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가 차려졌다. [뉴스1]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목숨을 잃은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의료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사건 당시 임 교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동료 직원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한의원협회는 3일 발표한 임 교수에 대한 애도 성명에서 “고인은 본인의 생명이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동료 직원인 간호사의 안전을 먼저 살폈던 의인”이라며 “평생 환자를 위해 헌신하신 고인을 의사자로 지정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원협회 “임 교수 의사자 지정요청”
복지부 “유가족·지자체 신청해야 심사”
심사하면 공적결과 나와야 최종판단 가능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결국 숨졌다. 당시 임 교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먼저 도망치기보다는 간호사 등 동료 직원에 대피하라고 소리치는 등 위험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협회가 언급한 의사자 지정은 ‘의사상자 지원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자신의 직무와는 상관없이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을 의사자(義死者) 또는 의상자(義傷者, 1~9급)로 인정하고,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하여 그 희생과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상자로 지정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유족 등에 희생과 피해의 정도에 알맞은 예우를 한다. 보상금과 의료급여, 교육보호(자녀) 등의 지원이 유족에게 이뤄진다.


임 교수가 의사자로 지정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의사자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상자 지정은 복지부가 의사상자신청을 접수한 뒤 자체 심의위원회를 열어 정한다. 의사자 신청은 유족이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유족이 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직권으로 할 수 있다. 제삼자는 신청할 수 없다. 신청할 때엔 적극적인 구조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경찰이나 소방서의 공적 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임혜성 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장은 “(임 교수의 행동은)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어 의사자로 지정될 가능성은 분명 있다”며 “다만 아직 유족이나 지자체의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의사자 지정 여부를 검토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아직 수사 중으로, 임 교수의 사건 당시 행동이 ‘적극적인 구조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임 과장은 “의사자 지정 신청이 들어와 심의에 들어가도 경찰의 수사 자료 등 공적 결과가 나와야 최종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