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경제개발 지원 제안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가진 사실상 신년회견에서다. 그는 김 위원장의 새해 친서를 들어보이며 대북 외교 성과부터 강조했다. "나는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멋진 편지를 받았다"며 "우리는 북한과 많은 진전을 이루고 김 위원장과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수립했고,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 상응조치 요구에 포스터
"로켓시험 않는 한 서둘 필요없다" 여유
이날 회의석상 앞자리에 "제재가 다가오고 있다"는 미드 왕좌의 게임 "겨울이 오고 있다"의 패러디 포스터를 배치했다. 제재·압박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동시에 김 위원장의 선제적 제재완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우리가 6000마일이상 떨어진 곳에 계속 머물러야 하느냐"며 시리아·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조기 철군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도 유독 북한에는 인내심을 강조했다. "나는 결코 속도를 얘기한 적이 없다"며 "북한과 이런 식이 된 건 8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6개월 전에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했다"고 하면서다. "나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으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며 "내가 아는 건 로켓 발사와 시험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었지만 아무 공로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다른 행정부가 들어섰다면 우리는 지금 아시아에서 매우 큰 규모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솔직히 세계 3차대전으로 비화했을 것"이라며 전쟁을 막은 게 성과라고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 신년사에 화답해 2019년에도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포함해 대북 외교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북한과 외교를 최대 성공작으로 여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신년사 경고로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비핵화 협상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과 달리 인내심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워싱턴포스트 외교전문 칼럼니스트도 "조급함과 허세가 트럼프 외교의 특징이지만 대북 외교는 분명히 그의 대통령직에서 '승리'로 보고 있다"며 "그는 기꺼이 세부 합의를 기다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그네이셔스는 다만 "1994년 제네바합의처럼 이번 협상이 조기에 붕괴되지 않기 위해선 핵·미사일 시험 중단이 보루"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