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터진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소동은 한·일 관계에서 계속되는 일련의 마찰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2015년 12·28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의 해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지난 10월 한국인들이 ‘일본 침략’의 상징이라 여기는 욱일기 게양 논란에 따른 일본 해상 자위대의 제주 관함식 불참, 이달 초 한국 해군의 독도 해상 훈련 등을 둘러싼 날 선 대립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는 불만을 표출해왔다.
한·일 국력 격차 크게 좁혀지면서
중국에도 역전당한 일본 피해의식
미·중 대립기에 한·일 갈등 부적절
공통의 이익을 키울 지혜 모색해야
반면 2010년 경제 규모 면에서 아시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일본은 심리적으로 다급해지고 ‘피해자 의식’이 나타났다. 급기야 한국이 바짝 추월하자 한국인들의 일제 침략 피해자 주장을 이전처럼 세심하게 헤아려 반추할 여유가 사라졌다. 역사에서 피해자·가해자라는 한·일 관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동아시아 판도 변화와 맞물려 일본인들의 의식 변화에 한국이 둔감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냉전 종식으로 중국이 대국화함에 따라 일본이 단독으로 중국에 대응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미·일 동맹 강화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일본은 동북아 지역 패권을 중국에 넘겨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양호한 미·중 관계에서 이익을 찾지만, 일본은 미·중의 긴장 관계에서 이익을 찾는다. 그만큼 한·일의 괴리가 두드러진다.
셋째,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상반된다. 아베 총리는 일본 최대 보수정치가이자 ‘역사 수정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역사 인식 때문에 아베는 한국인에게 가장 비판받는 일본 정치가일 것이다. 반면 일본 언론은 문재인 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치부하고 자꾸 비판적으로 보려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미국·중국을 향한 외교에 중점을 두면서 일본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 ‘일본 패싱(Passing·배제) 론’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쟁 관계인 중·일이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트럼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미·중 무역 전쟁이 낳은 산물이다. 한·일 양국은 미·중 무역 전쟁이 가속되는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서로를 ‘패싱’하는 소모적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양국 모두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2019년에도 갈등 요소가 있겠지만 한·일 관계가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하고, 정상 궤도로 복원하려는 노력과 지혜가 절실하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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