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돝섬과 관련된 전설이 있어서다. 사연은 이렇다. 옛날 가락국 왕의 총애를 받던 한 후궁이 있었다. 이 후궁이 어느 날 궁중에서 사라져 골포(마산의 옛 이름) 앞바다 섬으로 와 되돌아가지 않았다. 신하들이 환궁을 재촉하자 돌연 황금돼지로 변해 무학산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후 황금돼지가 맹수로 변해 백성을 해치고 다녔다. 화가 난 왕은 군병을 동원해 황금돼지를 포위했고 그 순간 황금돼지는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섬으로 사라졌다. 그때부터 섬은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으로 변해 돝섬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 후 밤마다 섬에서 돼지 우는 소리와 함께 괴이한 광채가 일기 시작했다. 마침 골포에 은거하던 최치원이 어느 날 그 소리를 듣고 활을 쏘자 소리와 함께 광채도 사라졌다. 이후 최치원이 섬에 건너가 화살이 꽂힌 곳에 제를 올린 뒤에는 괴이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창원의 상징 돝섬 한국관광공사 1월 가볼만한 곳 선정
2011년 재개장 후 관광객 발길 꾸준히 늘어나
돝섬은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한다. 면적은 11만2000㎡다. 둘레길은 1.5㎞로 약 40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섬 입구에는 정확하게 언제 건립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황금돼지상이 서 있다. 2010년 옛 마산·창원·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하기 이전부터 세워진 이 황금돼지상은 돝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돝섬이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이 황금돼지상은 무사했다. 언제부턴가 이 돼지를 보면 부자가 되고 코를 만지면 복이 두배가 된다는 소문도 나면서 관광객들이 코를 만지며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서모(74·창원시 반림동)씨는“저도 그렇지만 마산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소풍이나 가족·연인·지인과 함께 돝섬에 다녀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며 “갈 곳이 많지 않았던 80~90년대까지만 해도 돝섬은 경남에서 가장 자주 가는 유원지 중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침도 많았다. 돝섬은 1982년 전국 최초로 뱃길로 오가는 유원지로 개장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1980~90년대 마산은 물론 전국적인 관광지로 여겨졌다. 마산지역 학교의 단골 소풍장소였고, 다른 지역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동물 숫자도 줄고 놀이기구도 낡아지면서 발길도 줄어든 것이다. 그러다 2009년 12월 아예 문을 닫았다. 이후 2011년 4월 시가 돝섬을 직영하기로 하고 재개장했다. 낡고 녹슨 놀이시설과 동물원 시설을 모두 철거했다. 대신 그 자리에 개화 시기가 다른 꽃을 심어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섬의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둘레길도 만들었다. 전망이 좋은 곳에 조각품도 설치하고 휴게용 데크 등도 곳곳에 설치했다. 개장 첫해 6만4000여명이 찾았는데 지난해에는 12만4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다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2019년 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창원 돝섬을 선정한 배경이다. 관광공사는 돝섬과 함께 같은 마산합포구에 있는 생긴 모양이 돼지를 닮아 붙여진 저도(猪島·돼지 섬)라는 섬과 육지(구복마을)를 연결하고 있는 ‘저도연륙교(콰이강의 다리)’도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했다. 2017년 3월 이 다리에 스카이워크가 설치되면서 지역의 명물로 떠올라서다. 마산과 지척에 있는 경남 거제에도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한 저도(猪島·돼지 섬)가 있다. 부산 가덕도에서 거제시 장목면 방향으로 거가대교를 타고 가다 보면 해저터널이 나온다. 이 해저터널을 빠져나와 조금만 더 가다 보면 섬을 관통하는 터널이 있는데 이 섬이 저도다. 섬 모양이 하늘에서 내려보면 돼지처럼 생겼다고 해 저도로 불린다. 섬 전체에 해송과 동백이 군락을 이룬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9홀 규모의 골프장과 200여m의 백사장, 300㎡ 크기의 대통령 별장이 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