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KT&G 사장 교체 지시” 전 기재부 사무관 폭로

중앙일보

입력 2018.12.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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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튜브 개인방송을 통해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7월까지 기재부 사무관으로 근무했다는 신재민씨는 지난 29일 올린 12분 분량 영상에서 “정부가 KT&G 사장을 바꾸려 한다는 문건을 입수했다는 지난 5월 MBC 보도의 제보자는 나”라며 “문건은 차관님에게까지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보도 당시 기재부는 “실무자가 KT&G에 대한 동향 파악차 작성했고, 상부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흐지부지됐었다.
 
신씨는 “청와대에서 KT&G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 기재부는 KT&G 제2대 주주인 기업은행에 KT&G 주주총회에서 ‘현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기업은행의 대주주는 정부) 문건은 그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로 사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신씨는 KT&G가 민간기업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이는 청와대가 LG나 삼성의 사장 교체에 관여한 것과 같다. 게다가 기업은행까지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지시라고 내가 직접 들었다. 더군다나 당시 KT&G 사장 인사에 대해 개입하려고 했던 상황에서, 민영화된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신씨가 유튜브에서 밝힌 주요 내용.

“기재부 차관 부속실서 문건 발견
대주주인 기업은행 동원해 압력”
기재부 “사실과 다르다” 반박
야당 “국토부 산하기관장도 감찰”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청와대로 보고한 문건. [사진 민경욱 의원실]

문건 입수 과정은.
“차관님께 보고하러 집무실에 갔다가 부속실에서 제 문서를 편집하던 중 KT&G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
 
청와대 지시인 건 어떻게 알았나.
“KT&G 사장 교체 건 말고 그 후에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 건과 관련해서 제가 직접 들었다. 청와대가 지시한 건 중에서 KT&G 사장 교체 건은 잘 안 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교체 건은 잘해야 한다고 했다.”
 
왜 언론에 알리게 됐나.
“2016년에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있었다. 공무원으로서 창피했다. 그런데 민간기업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하려 한 것은 지난 정권과 뭐가 다른지 사실 전 잘 모르겠다.”
 
왜 기재부에서 나왔나.
“MBC 보도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문건 유출 경위를 파악하러 왔다. 총리실에서도 왔다 갔다. 우리 부서만 찍어서 감사를 했다. 당사자인 내가 지켜보기 괴로웠다. KT&G 말고 이번 정권에서 몇 건 더 있다. 제 상식으로는 촛불시위를 거친 정부에서는 하면 안 되는 것들이다.”
 
신씨는 “이번 정부가 스스로 적폐라고 부를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3년 동안 공무원들이 저처럼 일하다 회의감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와대 관련 사건들 몇 개 있다. 응원해 달라”고 했다.
 
신씨는 2012년 행정고시에 합격, 2014년부터 공무원 일을 시작해 기재부에서 외국인 채권 투자 관리, 국고금 관리 총괄, 국유재산관리총괄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30일 해명자료를 내고 “신 전 사무관이 언급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당시 KT&G 담당과인 출자관리과 소속도 아니었다”며 “KT&G 사장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에서 전 정부 임명 임원들을 찍어내기식으로 감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민경욱 의원은 30일 ‘민정수석실 제보 관련 국토부 감사관실 감사결과 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임기가 올해 7월까지였던 김모(59) 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은 외유성 해외출장 등이 제보됐고, 국토부는 “외유성 출장을 확인해 2017년 말 퇴직 조치했다”고 썼다. 코레일네트웍스의 곽모(59) 전 사장도 욕설 행위 등 의혹이, 오모(63) 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에 대해선 인사비리 의혹이 제보됐다. 국토부는 두 기관장에 대해 각각 “욕설행위 등을 확인해 대주주인 코레일 측에 추가 연장 불허 조치를 했다” “제보내용 모두 사실관계와 맞지 않아 종결처리”라고 썼다.  
 
현일훈·한영익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