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문을 연 서울대 4차산업혁명아카데미. 빅데이터 플랫폼·빅데이터 분석·인공지능·핀테크 등 4개 과정을 운영했던 이곳은 조만간 핀테크를 제외한 나머지 과정 폐쇄를 고민 중이다. 직업훈련원에 적용되는 고용노동부 규정이 이 학교에도 적용되면서 새로운 교육 실험이 번번이 좌절된 탓이다. 출석 체크 없는 학교를 만들려고 해도 국비 지원 기관이다 보니 학생들의 출·결 기록을 남겨야 한다. 학생 수보다 많은 교재가 발간되면 인쇄비 사용에 대한 회계 감사가 들어온다. 아카데미 설립에 참여한 한 교육자는 “양심에 맡겨도 될 일을 정부가 일일이 감독을 하니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교수·학위·학비 없는 프랑스 학교
민간자본 주도 IT 혁신교육 실험
한국은 정부 주도로 국비 지원
IT 생태계도 규제로 묶인 상태
여건 다른데 형식만 벤치마킹
정부 주도로 설립되는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에꼴42’의 특징을 상당수 벤치마킹했다. 획일화한 교재도, 교수도 없다. 전액 국비 지원으로 학생들은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전공·경력·국적을 묻지 않고 입학할 수 있고 과정을 마쳐도 학위를 주지 않는다. 교육 내용도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IT 기업이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 성공 사례를 본뜬다고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태생부터 차이가 크다 보니, 교육 성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IT 기업들도 명문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당장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낼 코딩 능력을 원했다. ‘국가의 필요’보다는 ‘민간 IT 생태계의 필요’에 맞춰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올리비에 크루제 에꼴42 교무부장은 “에꼴42 교육생 셋 중 한 명은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정부 주도다. 내년까지 350억원, 2023년까지 180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당장 국회·감사원 등의 간섭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 교육 제도와는 다른 자체 규정을 만들어 민간에 위탁 운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역시 다른 정부기관, 기존 규제와의 충돌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예산도 과거 직업 훈련 위주로 만들어진 규정에 매이게 되면 혁신적인 인재 양성 실험을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