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현(38) 어메이징브루잉 운영팀 이사는 "식자재·인건비가 급등하는 현실에선 매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한계가 분명히 있다.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가 살길"이라며 "맥주를 따르고 안주를 서빙하는 것 등 단순한 일은 무인화했다"고 말했다. 또 주방은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 업체에 맡겼다. 차 이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 파는 일에만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115석(면적 307㎡) 규모의 펍에서 일하는 직원은 4~6명이다. 이들은 하루 250~350명의 방문객을 맞는다. 평일엔 직원 1명에 파트타임 3명, 주말에 직원·파트타임 각각 2명, 4명이다. 보통 이런 규모의 펍에서 일하는 직원이 6~10명인 걸 고려하면 다른 곳보다 약 40% 적은 셈이다.
김태경(39)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최저임금이 30%(2017년 기준 2019년 최저임금) 올라 인건비를 30%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식업의 경우 내년이 되면 신입과 2~3년 차의 월급이 비슷해지는 업장이 많아질 텐데 업주는 숙련도가 높은 직원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언택트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 변화도 포착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서비스(Service)라고 하면 곧 공짜(Free)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전 같으면 욕먹을 시스템이지만, 지금은 손님이 양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어메이징브루잉이 운영하는 4개 직영점 주 하나인 건대점은 지난 10월 문을 열었다. 이후 곧바로 지난달 흑자를 냈다. 시설 투자비 3억5000만원에 대한 감가상각비 월 600만원(3억5000만원÷60개월)을 포함하고도 수익을 냈다. 면적 대비 매출액은 높지 않지만, 인건비를 매출의 20% 정도로 맞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추후엔 인건비 비중을 주방 인력 포함 10%대로 낮추는 게 목표다. 낮에 공유오피스에 빌려주고 받는 돈도 고스란히 순수익이 됐다.
또 임대인과 협의를 통해 임차료를 정액제가 아니라 매출 대비 수수료를 내는 정률제 방식으로 계약했다. 스타벅스처럼 정률제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건 어메이징브루잉의 남다른 시스템 덕분이다. 차 이사는 "임대인이 가게의 장래성을 알아보고 정률제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며 "매출이 오르면 결국 임대인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점은 최근 외식업 트렌드를 반영한 매장이기도 하다.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는 최근 2019년 외식업 트렌드로 언택트·뉴트로·가정간편식을 꼽았다. 뉴트로는 '뉴(new)'와 '레트로(retro·복고)'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한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효율적인 판매 촉진과 가성비 있는 가격, 식자재·인건비 부문의 생산성 향상만이 외식업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