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고 최경락(당시 45세) 경위의 친형 최낙기(58)씨는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 사태에 대한 뉴스를 보며 4년 전 동생과 가족이 겪은 일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수사관 사건을 계기로 최 경위 가족들의 근황과 이번 사태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문건 유출자 지목돼 자살한 故 최경락 경위 형 인터뷰
"김태우 사건, 4년 전 비슷한 일 벌어지나 걱정"
"동료 한일 경위도 '청와대로부터 회유' 사실 털어놔"
"경찰, 재수사 착수 1년8개월째 아무런 설명 없어"
최씨는 "정권이 바뀌면서 내 동생이 옛날에 진술한 내용을 받아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동생은 '모두 억울하다'며 '죽어도 아니다'라고 했지만, 동생 주변에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 있었고 동생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 경위를 유출자로 지목한) 한일 경위도 청와대로부터 회유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최 경위의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언론(중앙일보)에 인터뷰까지 했지만 아직 조사는 답보 상태"라고 말했다.
최씨는 동생이 근무했던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청은 물론 청와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 진정서를 넣고 수사를 의뢰해 왔다. 그러나 동생의 명예를 회복해보려는 그의 시도는 줄곧 실패했다. 가까스로 지난해 4월 경찰청에 넣은 진정서를 계기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1년8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최근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김 수사관 사태와 관련해 "이번 사건이 터지니 만감 교차한다"며 "또 비슷한 일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김 수사관이 어떤 사람인지도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4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지는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최씨의 동생 최 경위는 동료 및 관계자들로부터 지난 2014년 11월 말 공개된 ‘정윤회 문건’의 최종 유출자로 지목됐다. 당시 최 경위는 “문건을 유출할 수도 없었고 유출할 이유도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비서관 주도하에 박관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문건을 작성, 한일 전 서울청 정보과 경위가 해당 문건을 복사한 후 같은 과 소속 최 경위가 외부에 유출했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최 경위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결국 그해 12월 13일 최 경위는 16장 분량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추가 조사가 불가능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그를 문건의 ‘최종 유출자’로 결론 내렸다.
최 경위는 유서에 “민정비서관실에서 너(한일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적어 청와대가 한 경위에게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낳았다. 이후 한 경위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회유가 있었다”고 폭로했지만 청와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최씨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번 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다만 바라는 것은 동생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