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기준 제각각, 시점도 문제
환매 때 원금 날려도 보전 안돼
펀드자산 9년새 20~30% 줄어
“과세 합리화, 장기상품 비과세로
세금 부담 줄여야 투자자 늘 것”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펀드 시장은 금융상품과 투자 대상에 따라 세율이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세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며 “낮은 수익률로 이중고를 겪는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펀드 과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 상품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펀드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이자와 배당·매매차익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상장 주식에 투자하면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매매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과세 대상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보다 직접 투자가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펀드 투자로 같은 수익을 내면 과세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번 돈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만일 A씨가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을 초과한 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최대 924만원(최고 세율 지방소득세 포함 46.2%)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 시점도 문제다. 펀드는 손익이 확정되는 환매 시점이 아니라 매년 결산 시점에서 소득세를 매긴다. 한 해라도 이익을 냈으면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펀드를 환매할 때 증시가 급락해 결과적으로 원금을 까먹어도 한번 뗀 세금은 돌려주지 않는다.
투자자 기준이 아니라 펀드별로 과세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펀드 두 개에 가입한 투자자가 A 펀드에선 2000만원을 벌고 B 펀드에선 3000만원 손해가 났다면 결과적으로 1000만원 손실을 본 셈이다. 국내에선 손해 본 B펀드엔 세금이 없지만 A펀드에선 세금을 떼간다.
미국·일본 등 펀드 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선 투자자를 기준으로 세금을 물린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미국에선 손실분을 다음 해로 미루거나 다른 금융상품의 손익과 합쳐 이익 난 부분에만 세금을 매겨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낮춰준다”고 말했다.
장기투자 펀드엔 세금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지난해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도 사라지고 유일한 비과세 통장인 개인종합 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도 세제 혜택 한도는 2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이상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저축성 보험처럼 펀드 장기투자에 세제 혜택을 늘린다면 노후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