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합의가) 최종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개인적으로 패스트트랙에 찬성하기 때문에 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상의해서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
국회 교육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임재훈 의원은 24일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3법’ 논의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교섭단체 정책위의장과 교육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이 참여하는 6인 협의체가 이날도 유치원 3법 합의에 실패하자 법안을 패스트트랙(fast trackㆍ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당 최고위에서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할 길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이어 바른미래당까지 동참 의사를 보이면서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됐다. 정당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취지다. 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상임위 법안소위, 상임위 전체회의, 법사위 심사를 모두 생략하고 바로 본회의로 직행하기 때문에 ‘빠른 경로’(패스트 트랙)라고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기간이 문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중간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에서 90일, 본회의에서 60일 머물렀다가 총 330일이나 지나야 본회의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2017년 패스트 트랙 제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지 336일이 지나서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사실상 ‘슬로트랙’(slow track)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3년 당시 새누리당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의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을 검토했지만, 너무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포기한 적도 있다.
또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할 경우 설득과 타협이라는 국회의 본래 기능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정치권으로선 부담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 당시 발간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타협하고 이해 갈등을 조정해가는 (국회의) 입법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입법 결과에 정당성과 민주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절차일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원내정당들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남용하지 않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