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과 달랐다. 주택가 골목길은 가팔랐고, 꼬불꼬불해 자동차가 마주 지나기 어려웠다. 마을 뒤 야산을 오르자 나무 사이로 건물이 보였다. 능선 반대편에도 주택 수백 채가 들어서 있었다. 능선 위 숲은 등산로를 중심으로 폭이 겨우 30여m에 불과했다.
학교 옆 화학연구소 제동 건 최병성씨
주민들 “유해폐수배출시설” 반발
연구소 “설계 바꿔 문제 없다” 주장
최 목사, 공사장 작업자 도면 촬영
원래 설계도와 같다는 것 밝혀내
건축허가 취소 관련 소송 1심 승소
용인시는 2015년 5월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했다. 기흥구의 경우 경사도 17.5도 이하에서만 개발행위가 가능했는데, 21도까지 개발이 가능해졌다. 용인시의 개발 행위 허가 면적은 2014년 224만㎡에서 2017년 409만㎡로 급증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며 용인 난개발을 고발해온 그는 직접 찍은 드론(무인기)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은 난개발 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최 목사가 용인 난개발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것은 4년 전 안양에서 용인 기흥구 지곡동으로 이사하면서부터다. 그가 이사한 아파트와 지곡초등학교 바로 옆에 콘크리트 혼화제(콘크리트에 첨가하는 화학물질) 연구소가 들어서게 됐고, 주민들은 유해물질이 든 폐수가 나온다며 반발했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경기도 행정심판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지난 10월 말 수원지법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연구소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하루 0.1㎥ 이상으로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폐수배출시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전녹지·자연녹지에는 들어설 수 없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설계를 변경하고 실험실 규모를 줄여 폐수 배출이 거의 없다는 업체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판결 배경에는 드론과 600㎜ 망원 카메라로 무장한 최 목사가 있었다. 그는 “연구소 공사장 위로 드론을 띄워 업체 측 주장과는 달리 수중 양생조 등이 원래 설계도대로 지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 “지난봄 내내 19층 아파트 지붕 위에서 살다시피 하며 망원카메라로 공사장 작업자가 들고 있는 설계도를 촬영했는데, 당초 설계도와 동일했다”며 “드론과 망원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법정에서 하나하나 보여주며 재판부를 설득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다시 항소했다. 업체 측 관계자는 “폐수가 거의 배출되지 않고 배출되는 것도 전량 다른 곳으로 옮겨 위탁 처리할 것이기 때문에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은 셈이다.
최 목사는 지난 8월부터 용인시 난개발 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난개발 특위는 내년 2월까지 ‘난개발 백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최 목사는 지난달 환경재단으로부터 ‘2018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에 선정돼 상을 받았다.
용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