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43분쯤 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 남동쪽 0.5㎞ 해상. 여객선 블루레이 1호(199t)의 선내 스피커를 통해 “표류 중이니 구명조끼를 입으세요”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마라도와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에는 사고 당시 승객 195명과 선원 4명 등 199명이 타고 있었다.
가파도서 좌초된 여객선, 사상자 없어
해경 신속한 출동·대체선박 투입 요인
승객은 차례차례…X마스 선물인가요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경찰관을 승선시켜 승객들을 전원 대체 선박인 송악산 101호(139t)에 태웠다. 사고 후 승객들이 1시간22분 만에 전원 귀가할 수 있었던 것도 해경과 선원 등의 신속한 조치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서귀포해경 소속 한승현 경사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구명조끼 착용을 독려한 뒤 다른배로 옮겨타도록 한 게 승객들의 불안감을 덜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해경 측이 투입한 송악산 101호를 타고 오후 4시5분쯤 모슬포 운진항으로 이송돼 모두 귀가했다. 해경에 따르면 하선 당시 승객들은 단 한 명도 병원을 가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신체적인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사고 당시 해경과 선원들의 신속한 조치가 승객들의 트라우마를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루레이 1호는 현장에 투입된 블루레이 2호(154t)에 예인돼 오후 4시22분쯤에야 입항했다. 좌초된 선박이 운진항에 입항할 당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선장인 고승호씨였다. 그는 사고 직후 선원들과 함께 승객들을 대체 선박에 태운 후 배에 남았다. 추후 있을 예인작업과 사고 원인조사 등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세월호 때의 경우는 이준석(73) 선장이 배를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하는 바람에 참사 피해를 키운 바 있다. 이날 블루레이 1호 선장인 고씨는 사고 직후부터 “가파도 해역에서 좌초됐다”며 구조를 요청한 뒤 줄곧 현장을 지휘했다. 고씨는 “배에 물이 찬다는 보고를 듣고 무조건 인근 배에 승객들을 옮겨 타게 했다”며 “하선을 도와주는 승객이 있을 정도로 침착했던 것도 사고 피해를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귀포해경 소속 고규정 경위는 “경찰관이 파손된 배에 탑승할 때는 선미 쪽에서 물이 계속 흘러들어오고 있었다”며 “입항 때까지 계속해서 잠수 펌브로 배수 작업을 하면서 안전하게 예인 조치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최경호·최모란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