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집에서 치킨을 시켰다. ‘교촌치킨’이었는데 배달료로 2000원을 따로 받았다. 지난 5월 이 업체가 배달료를 받겠다고 발표했을 때 적지 않은 소비자가 불만을 표시했다. 꼼수성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소비자에게 배달료는 분명 부담이 된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직접 매장에 가지 않고 심야에 치킨을 배달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이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치킨집이 배달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보다 서비스 가치부터 높여야
사람이 하는 서비스에 정당한 대가를 줘야 경제도 선순환
한국 사회에선 아직 ‘서비스=공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지금도 식당에선 주문을 많이 하면 ‘서비스’라며 음식을 더 주는 경우가 있다. 정겨운 모습일지는 몰라도 서비스의 가치를 무시하는 인식이다.
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서 잘 구워주는 로봇이 상용화되지 않는 이상 고기를 잘 굽는 것은 훌륭한 서비스다. 이 서비스만으로 당당하게 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우나에 가서도 혼자서 씻지 않고 때밀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하지 않는가. 서비스의 값어치가 높아지면 이런 것에 특화한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은 사실 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했다. 최저임금만 급격히 끌어올리는 것은 자영업자의 소득을 낮추고 여기에 고용된 직원까지 줄이는 악순환을 부른다.
자영업자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의 소득이 함께 증가하는 비법이 있을까.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지원할 수 있겠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국 고객이 돈을 더 내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객이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뭔가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자영업자의 노력과 이런 가치를 쳐주는 소비자의 의식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
내 노동의 가치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공산품은 싸지만 사람, 특히 전문직이 하는 서비스는 무척 비싸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18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변이 없다면 2018년은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는 첫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많았다. 8월엔 전국의 소상공인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했고, 20일엔 카카오의 카풀앱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 10만 여명(주최 측 추산)이 여의도에 모였다. 3만 달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다.
문제는 내년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경기가 호전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시위는 격화될 것이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 이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소비자의 지갑부터 열어야 한다.
김원배 사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