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들어 네 번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미없는 통계숫자만 보지 말라”며 금리 동결을 압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정치적인 고려가 Fed의 의사 결정에 관여할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압박에도 0.25%p 인상
뉴욕증시 출렁, 다우 1.5% 떨어져
코스피 예상보다 선방, 0.9% 하락
내년 인상 전망 3회서 2회로 축소
한은 추가로 금리 올릴 여지 줄어
파월 의장은 “많은 위원이 이전 회의에서 내년 세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해도 된다고 예상했지만 우리는 이번에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며 “두 차례만 올려도 가능한 경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Fed의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반응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장은 (Fed의) 금리 인상 여부보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메시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돈줄을 죄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에 시장의 부담은 줄었다. 국내 경제지표만으로 살펴보면 한은이 내년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금리 인상을 결정했던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2명의 위원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미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해외 투자자금의 유출을 자극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정부와 한은의 판단이다.
20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관한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국내외 금리 차가 연초부터 역전됐지만 (외국인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8.72포인트(0.9%) 하락한 2060.12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 미국발 충격으로 1% 넘게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충격은 잦아들었다. 코스닥 지수는 장중 한때 상승세로 돌아섰다가 결국 전날보다 3.95포인트(0.59%) 내린 668.13에 거래를 마쳤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현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한 Fed의 평가에서 바뀐 문구는 거의 없었다”며 “향후 적절한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견해 역시 금융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미세한 변화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하인환 SK선물 연구원은 “주가 하락보다 더 중요한 지표인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며 “실적(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는 단기적인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내년 하반기”라며 “시장의 관심이 경기 둔화 또는 약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달러나 금·국채 같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하현옥·조현숙 기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