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18일 “학생들이 개인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고, 교사나 부모 등 인솔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방학식(1월 5일)을 3주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수능 후 개별 현장체험학습 떠나
고3 교실 파행 어제오늘 일 아냐
현실적인 개선책 마련하는 게 필요
조 교육감 "입시지옥 벗어났는데 안타까워"
하지만 고교생 사이에서는 “평소에 아껴뒀다가 수능 이후에 사용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능이 끝난 이후 고3 교실은 할 일없이 시간만 때우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교장의 재량에 따라 단축수업을 하는 고교가 많지만, 학생들은 그조차도 버티기 힘들어한다. 뚜렷한 목표 없이 하루 종일 자습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서다. 최근에는 등교를 피하기 위해 가짜 현장체험학습을 지어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친척집에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후 “현장학습을 다녀왔다”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교육부도 수능 이후 학사관리 내실화를 강조하고 있다. 매년 시도 교육청에 고3, 중3 학생을 위한 다양한 진로탐색과 체험활동 지원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문도 전달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담임교사가 논술‧면접 준비를 돕거나 정시 지원 관련 상담을 하느라 이런 활동을 주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일반고의 한 교사는 “중학교 때 이뤄지는 자유학기제를 수능 이후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며 “고3 교실 파행 문제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만큼 현실적인 개선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고 소식을 접한 후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황망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사고 경위와 원인이 확인되는 대로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오후 5시 44분쯤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입시지옥이라는 긴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난 학생들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해 어떻게 위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특별대책반을 통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2분께 강원 강릉시 한 펜션에서 남학생 10명이 단체숙박 중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업주가 발견해 신고했다. 이들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