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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2018 겨울 평양은 이상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18.12.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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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7주기,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7년을 맞은 평양은 전날 쌓인 눈에 고요했다. 당 간부와 일반 시민들의 추모 행사만 조용히 진행됐다. 수 주 동안 서울을 들뜨게 했던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여부를 포함해 주요 현안에 대한 메시지는 없었다. 에릭 탤매지 AP통신 평양 지국장은 ‘김일성 광장의 아침 눈싸움’이란 제목으로 어린 소녀들이 덩치 큰 소년들을 상대로 맹렬한 기세로 눈덩이를 던지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2018년 겨울 평양은 이상 없다.”
 
워싱턴도 별반 다르지 않다. 1년 전 북·미 간 핵전쟁 위기를 다룬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당국자들은 ‘블러디노즈(코피)’ 전략이란 이름의 제한적 선제타격론을 검토하고 있다는 풍문이 떠돌 때와 달리 차분하다. 관심이 사라졌다는 편이 맞을 정도다. 싱크탱크의 그 많던 북핵 관련 세미나도 열리지 않는다. 12월 들어 열린 한반도 관련 세미나는 지난 11일 미국기업연구소가 문재인 정부 국내 정책을 다룬 게 거의 유일했다. 10월 7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협상은 열리지 않고 새로운 뉴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싱크탱크의 아시아 담당 국장은 “연말 이사회 토론에서 2019년 주요 국제 이슈를 전망하는데 중국이 첫 번째, 이란 핵·미사일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문제가 그다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도 현안에서 밀린 것 같다”고 귀띔해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참 느긋해졌다. 실무 협상의 장기 공전 사태에도 “우리는 서두를 것 없다. 잘하고 있다”만 반복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잘 알고 있고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며 짐짓 두터운 신뢰를 표시하면서도 선(先) 비핵화 조치 요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하면서다. ‘거래의 기술’ 차원에서 상대가 조바심을 내서 먼저 움직이도록 의도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다. 대신 백악관과 국무부의 실무팀은 ‘최대한 압박’을 복원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평양과 워싱턴이 큰 탈 없이 한 해를 넘기는 데 만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한 균형은 오래가지 못한다. 올해 연합훈련과 핵·미사일 시험 중단의 교환 외엔 한반도 상황은 바뀐 게 없다.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제재 완화 및 관계 개선은 2019년 과제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에서 직접 담판으로 돌파구를 열어볼 생각이라면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길 바란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