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보던 지문 인식 기술이 현실에 등장했다. 현대자동차는 17일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을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지문으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시판하는 차에 적용하는 건 현대차가 처음이다. 2019년 1분기 출시하는 중국형 싼타페(셩다·勝達)에 최초 탑재한다.
차 키 대신 손가락 대면 시동 걸려
영화 속 톰 크루즈 연기 현실로
스마트 지문인증 시스템 상용화
내년 중국형 싼타페에 첫 적용
인체 정전기 감지해 복제도 방지
스마트 지문인증 시스템의 또 다른 기능은 시동이다. 통상 스티어링휠 우측에는 차 열쇠를 꽂고 돌리는 열쇠 박스가 있다. 중국형 싼타페는 이 자리에 지문 인식 기기가 붙어있는데 여기 손가락을 대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린다.
물론 이 역시 갑자기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상용화하지 못한 건 복제 우려 때문이다. 예컨대 영화 ‘앤트맨’에서 도둑 스캇 랭(폴 러드 분)은 실리콘으로 본뜬 위조지문을 입력해 금고를 연다.
영화에서 지문을 본뜨면 위조할 수 있는 건 지문 인식 센서가 빛으로 지문을 인식하는 방식일 때 가능하다. 센서가 발사한 광원은 지문의 밝거나 어두운 정도를 인식한다. 따라서 위조지문의 모양이 지문의 굴곡과 똑같다면 얼마든지 센서를 속일 수 있다.
이런 위조를 피하기 위해서 현대차는 아예 지문 인식 방법을 바꿨다. 인체의 미세한 정전기를 측정해서 지문의 진위를 파악한 것이다.
인체에도 음이온·양이온이 존재한다. 이렇게 몸에서 머무르고 있는 정전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지문이 튀어나온 부분(산)과 지문이 움푹 들어간 부분(골)도 약간 차이가 있다. 운전자가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센서는 이렇게 손가락마다 다른 미세한 전하의 이동량을 측정한다. 단순히 실리콘으로 지문 모양만 본뜬다고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다.
송동준 현대· 기아차 남양연구소 전자선행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실리콘·테이프로 본뜬 2차원 지문으로 인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엄격한 암호기술을 적용해서 스마트키보다 보안성이 5배 높고 오류율은 5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문 인식 시스템은 개인 맞춤형 자동차 기술 시대의 첫걸음이라는 의의가 있다. 이지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전자선행설계팀 연구원은 “자동차가 일단 지문을 인식하면, 시트포지션이나 사이드미러 각도 등 운전자가 기존에 설정해두었던 운전 환경을 자동으로 구현한다”며 “자동차가 주인을 인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