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2011년) 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지난 3일 원산 구두공장을 현지지도한 지 2주일 만이다. 김 위원장이 ‘잠행’을 이어가는 동안 현재 교착국면인 북ㆍ미 협상 돌파구를 비롯해 정책 구상에 집중했을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또한 신년 정책의 대강을 밝히는 신년사를 구상하는 시간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인권 압박 개의치 않겠다 메시지
정부 소식통은 “최용해는 북한에서 빨치산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김정은 시대에도 권력을 이어가는 핵심 실세”라며 “김 위원장의 참배 때 곁을 지키면서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권 제재에 반발했던 북한이 최용해를 옆에 내세웠는데 최용해와 함께 제재 명단에 올랐던 박광호(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나 정경택(국가보위상)은 사진 등에선 보이지 않는다”며 “나머지 두 사람(박광호, 정경택)의 참석 여부 등을 분석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체제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공개된 사진만으로는‘우(右) 용해’는 눈에 띄는데 ‘좌(左) 광호’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날 사진에선 과거 박광호가 섰던 김 위원장의 왼쪽(사진상 오른쪽)에 이수용 부위원장(외교담당)이 자리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박광호나 정경택은 참배 동행 1순위 인물들”이라며 “북한이 전면에 세우지는 않았지만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매체가 이날 공개한 사진은 1장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참배에 “당 부위원장들과 부장들, 당 책임일군(일꾼)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박광호 부장의 전임인 김기남 선전선동부 고문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때문에 북한이 최용해를 옆에 세우면서도 박광호는 옆에 세우지 않아 미국을 상대로 ‘상황관리’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앞서 16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군의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등을 비판하거나 미국을 향해 “비핵화가 물건너갈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정식 성명이 아닌 개인 논평 형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