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입니다.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안을 보고받은 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편안을 마련하라”며 재검토를 지시한 뒤 나온 안입니다. 현 국민연금은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지금 구조로 연금을 10년 받으면 그간 낸 보험료를 다 회수합니다. 20년 정도 연금을 받으면 낸 돈보다 1.9배 더 받게 됩니다.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낮습니다. 기금 운영의 독립성ㆍ자율성에 대한 의문은 늘 제기됩니다. 수익률도 부진을 면치 못합니다.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평균 2.38%에 그칩니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7.26%)에 못 미쳤지요. 특히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한 탓에 국내주식 투자 수익률은 -5.04%나 됐습니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45.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저 수준입니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면 결국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올려야 합니다. 여기서 갈등과 논란이 시작됩니다.
더 받으려면 무슨 방법이 있나요? 더 내는 길뿐입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안 중에는 ‘ 좀 더 내고 좀 더 받자’는 방안이 두 개 포함됐습니다. 현행 45%인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거나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12% 또는 13%로 조정하자는 안입니다.
현 소득대비 보험료율은 9%입니다. 1998년 보험료율을 올린 뒤 20년간 변화가 없습니다. ‘마의 9%’ 벽은 공고합니다. 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하면서 짠 계획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당시 계획안 마련에 참여한 서상목 박사의 증언입니다.
“처음에는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가다 차차 보험료를 올리는 구상이었다. 40년 가입하면 연평균 소득의 70%를 연금으로 받는 식으로 짰다. 보험료는 처음에는 평균 소득의 3%로 시작하고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려 소득의 15% 이상 내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보험료율이 9%가 된 98년까지는 스케줄대로 진행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정치 논리가 개입했습니다. 보험료율 두 자릿수가 부담됐던 것이죠. 계획은 헝클어졌습니다. 국민연금은 비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이 결과 기금 고갈 시기는 매번 당겨졌습니다. 청년 세대의 불신은 계속 커졌습니다.
국민연금 개편안은 정부의 안이지 확정된 게 아닙니다. 앞으로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 등 난제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연금 개혁을 주저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가 깨어 있으면 연금 개혁은 표류하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를 위해 양보하고 부담을 더 져야 합니다. 이게 ‘내리사랑’ 아닐까요.
지난주 중앙SUNDAY는 청년이 일자리와 졸업장 두 토끼를 잡는 독일식 일ㆍ학습 병행 이원교육시스템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의 국내 도입 2년을 맞아 현황과 과제 등을 따져봤습니다. 자동차학과에 입학했더니 강의실이 벤츠와 BMW 서비스센터가 되기도 합니다. 기업은 실력 있는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청년은 이론과 실무를 익혀 경쟁력을 쌓아 갑니다. 이 제도가 정착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