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열리는 해외법인장 회의는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경영 전략을 정하는 자리다. 전 세계 권역 본부장 및 판매ㆍ생산 법인장 50여명이 참가한다. 올해 상반기 및 지난해 하반기 회의의 경우 현대차 회의는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회의는 각각 이형근 당시 부회장과 박한우 사장이 주재했다. 하지만 이번 하반기 회의는 모두 정 수석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현대ㆍ기아차가 올해를 기점으로 확실한 ‘정의선 원톱 체제’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시장과 고객 중심주의, 주요 시장 판매 회복 등을 강조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모든 변화와 혁신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며 “‘누가 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는 기본적 질문에 답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보다 한발 앞서 생각해 고객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미국ㆍ중국 등 핵심시장 중심으로 판매와 수익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진을 끝내고, 내년을 반등의 시작점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에 맞춘 가격 및 사양, 그리고 현지 기업인 바이두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실적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현대차는 내년 중국 시장에 ix25ㆍ싼타페ㆍ쏘나타를, 기아차는 K3와 KX3 등의 중국 전략 차종을 차례로 출시한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엔 회사가 진출해 있는 전 세계 모든 시장에 권역 본부를 설립하고, 완전한 권역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 수석부회장은 “권역 본부 중심으로 각 부문과 협업을 강화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최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권역 본부의 리더들은 직원의 자발적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