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관 파열 사고는 이달 들어 세 번 발생했다. 4일과 11일 경기도 일산과 서울 목동에서 온수관이 파열된 것에 이어 12일 경기도 안산의 한 아파트 인근의 온수관이 또 파열됐다. 특히 안산에서 파열된 온수관은 이전과 달리 매설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경기 일산, 서울 목동 이어 안산도 사고
난방공사 “3월까지 용접부 교체?보강 예정”
전문가들 "내시경처럼 내부 부식 확인해야"
연이은 사고는 낡은 배관에 구멍이 생긴 뒤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백석역 열 수송관은 1991년, 서울 목동의 온수관은 1985년에 매설돼 각각 27년, 33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안산 온수관은 2002년 고잔 신도시 조성 때 매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열수송관의 수명을 보통 40년으로 봤을 때 안산시 온수관은 수명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대책은 누수가 의심되는 지점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난방공사는 20년 이상 된 열수송관 686km 전구간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해 203곳에서 이상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이 지점들은 열수송관 매설 지역과 인근 땅의 온도 차가 3도 이상이라 누수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난방공사는 이 지점에 대해 내년 10월 말까지 교체공사 등을 끝낼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온수관이 매설된 지 16년밖에 안된 안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번 안산 사고로 알 수 있듯이 매설된 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반 환경에 따라 매설된 지 20년이 지나지 않았어도 언제든 균열이 발생해 파열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체 온수관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수관 내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이뤄지는 조사는 우리 몸으로 치면 겉에 난 상처를 치료하는 수준인데, 이것만 해결해서는 언제든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전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센터장)는 “우리가 내시경을 통해 장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처럼 온수관 내부 부식을 확인해야 한다”며 “로봇을 수송관에 넣어 관의 내부를 조사하고 부식이 일어난 곳을 교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땜질식 처방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후 온수관 파열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우리 집도 터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모(37‧서울 관악구)씨는 “현재 사는 아파트가 안산시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서 불안하다. 샤워할 때마다 뜨거운 물이 갑자기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모(63‧서울 양천구)씨는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니 지하에 있는 온수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진다”며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