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탈원전이 이 정부의 핵심 방향이라고는 하나 기존 원전의 안전한 관리는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원자력업계 장악 과정을 보면 이 정부는 국민안전에는 아랑곳없이 탈원전 정책 추진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강성 탈핵운동가들, 전문가 대신 원자력 요직 포진
KTX 보고도 국민안전보다 탈원전 치중해 불안 키워
김 이사장은 취임 전날인 지난 6일에도 다른 원안위원들과 함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새울본부를 찾았다. 이미 자리를 옮긴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던 터라 한수원 노조는 이날 성명서까지 내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명서에선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자로 제작 기본기술인 ‘단조’라는 용어조차 모르는 전문성 없는 탈원전 인사를 수장으로 거론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사실상 콕 집어 김 이사장을 겨냥했다. 앞서 여러 원자력 관련 단체 인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원자력정책연대가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이사장이 그동안 회의에서 했던 단조 일화 등 전문성이 결여된 발언들을 공개하며 “원안위가 원자력에 대한 전문성은 온데간데없고 탈핵운동하는 사람 데려다 과외시키는 원자력 학원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소문대로 김 이사장이 재단 수장을 맡았다. 재단은 이미 올 3월 감사와 이사에 탈핵운동가를 임명한 바 있는데 이사장 취임으로 완전히 조직을 장악한 것이다.
사실 재단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 원안위다. 원안위는 원전 가동이나 수명 연장 여부 결정은 물론 긴급한 중대상황이 벌어졌을 때 빠른 판단으로 대책을 마련해 지휘하는 등 원전 안전 정책과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가령 진작에 공사를 끝낸 신고리 4호기가 시운전도 못한 채 하루 20억원씩 까먹고 있는 건 원안위가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왕좌왕하느라 31시간을 허비해 재앙을 키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만든 게 원안위인만큼 잠재적인 위기 대응 능력은 원전 가동 허가권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핵심 기능이다.
그런데 이런 막중한 역할을 하는 원안위에 현재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 환경운동연합 감사 출신인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4대강 조사위 단장을 맡기도 했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출신 시민운동가(전문위원)…. 김 이사장이 원안위에서 빠졌어도 여전히 환경운동연합 입김이 강하다. 위원 경력만 보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니라 탈핵위원회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지경이다. 게다가 김 이사장 후임으로도 또 다른 환경운동연합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문성 없고 정치색 강한 환경단체 출신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원자력업계를 점령하며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자 업계 내부에선 정권 실세 이름까지 거론된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아무리 정권과 코드를 맞춘다 해도 어느 정도 전문성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원자력과 관련해 거짓 또는 과장 정보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온 사람들로 원자력 관련 기구를 채워 대응능력 없는 조직으로 만들면 국민안전이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아무래도 이 정부는 철도 모르는 운동권 사장이 탈선시킨 KTX 사고 정도로는 정신을 못 차리는 모양이다.
안혜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