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화웨이의 글로벌 최고재무관리자(CFO) 멍완저우(孟晩舟ㆍ46)가 체포되면서 특히 그렇다.
2011년 이후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
1500명 직원중 75%가 미국서 채용
뒤숭숭한 분위기 속 체포 가능성 우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텍사스주의 북미 본사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주 산타 클라라와 샌디에이고, 시카고와 뉴저지 등 18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화웨이는 170개국 이상에서 18만여명의 글로벌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통신기기 제조업체이다. 스마트폰 생산량으로는 삼성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매출은 930억 달러(약 104조원)에 달했다.
모토롤라와 캐나다 노텔 네트웍스 등에서 근무하던 우수 인력을 스카우트했다. 그 덕분에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통신 네트워크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 출원을 기록한 기업으로 기록됐다.
화웨이는 2011년 7월 뉴저지주 브리지워터에 새로운 R&D센터를 세워 통신 네트워크 분야 연구에 집중토록 했다. 2014년 화웨이가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2억7600만 달러(약 3100억원)이었다.
2012년 미 의회보고서에 따라 미국의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화웨이를 배척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통신을 감청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의심을 산 시점이다.
지난 수년간 화웨이 미국법인 직원들은 미국과 그 우방국에서 화웨이의 통신기기와 스마트폰이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화웨이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올해 100억 달러(약 11조원)의 부품을 구매할 것이고, 또 50개 이상의 미국 대학과 연구개발 협력하는데 800만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방대한 연구개발 협력이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실제 화웨이는 지난 10월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기업 CNEX와 서로 기술을 탈취당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번 소송에는 컴퓨터의 고속 보조기억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기술이 중심에 있다.
화웨이는 그동안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하면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 경쟁업체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왔다.
화웨이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온 미국 대학은 화웨이의 스파이 행동은 오해라며 화웨이 감싸기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의 인공지능 연구실이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이 연구실의 3개 프로젝트에 최소 60만 달러를 지출해왔다.
이 연구실의 공동책임자인 트레버 대럴은 “화웨이가 많은 돈을 들이고 있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간섭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안보상의 위험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으며, 개방적이고 기초적인 연구에 지원하는 화웨이 지원금은 언제든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 미국법인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라고 소개한 뒤 “화웨이는 매우 공격적인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다”면서 “18만 명의 직원 가운데 일부 나쁜 생각을 지닌 직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