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검사는 변호인이 증인에 대해 반대신문을 하는 중 몸을 뒤로 젖혔다가도 모니터링을 의식한 듯 바로 허리를 폈다. 공판검사의 자세가 비뚤어진 건 5초 내외에 불과했지만 이날 모니터링 요원으로 들어온 최모(62)씨는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최씨는 방청석에서 공판검사가 펜을 돌리진 않는지 증인에게 은연중에 하대하진 않는지 등을 30분 동안 꼼꼼히 체크했다. 최씨는 대학에서 창업 관련 강의를 하다가 현재는 금융서비스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껏 법조계와는 관련 없는 일을 해왔다.
검찰 "3월부터 민간인이 공판검사 모니터링"
최씨가 시민 감시자로서 공판을 지켜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올 초부터 시작한 공판검사 모니터링 제도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최씨는 “나비 날개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힘없는 민간인들이 조금씩이나마 공판검사의 자세를 바꿔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외부위원들이랑 얘기를 해보면 검사들 중 일부가 가지고 있는 말끝을 흐리는 버릇도 고쳐지는 추세라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부 모니터링 요원인 고강윤(69)씨는 “올해 초에 처음 외부위원으로 들어왔을 때랑 비교하면 공판검사가 말투와 자세를 신경 쓰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며 “지난주에는 공판검사가 1년 6월을 구형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 부분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공판검사들 "밖에서 보는 내 모습 알 수 있어"
비전문가 모니터링 실효성 낮다는 지적도
목소리 크기와 자세 등 외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비법률가가 하기에도 간단하지만 증인신문 방법, 논리 전개 방식 등을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외부위원 대부분이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법사랑 등 검찰과 관련 있는 유관기관에서 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가 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지검의 한 공판부장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자원봉사자가 아닌 공판 모니터링 전문가를 양성해 보다 전문성 있는 모니터링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전국 검찰청 공판부장 40여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는 “대검찰청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할 외부위원을 양성해달라”는 주문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뒤 스피치 전문가, 법률 전문가 등을 교육해 공판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