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2학년 허윤(17)양과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하람(19)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활동가, 그리고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장을 만났다.
요즘 학교 어때요?
최 활동가가 졸업한 학교에는 말할 때마다 별 이유 없이 여학생의 어깨를 주무르는 선생님이 있었다. "그때는 '고발해야 하는 거 아니야?'가 아니라 '웬만하면 저 쌤 가까이 가지마'에서 멈췄어요." 설사 학교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선생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랬다. "너희가 아직 어려서 그래.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야."
손 소장이 학생이었을 때도 학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중학교 때 학생들에게 야한 시를 읽어주는 국어 선생님이 있었어요. 당황스러워하는 학생들 반응을 즐겼나 봐요"라고 회상했다. "더 무서운 건 세월이 흘러 그 사람(가해자)이 어디 장학사가 됐다, 어디 교장이 됐다, 이런 소리를 듣는 거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학교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왜 지금 스쿨미투일까?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러 페미니즘 단체가 생겨났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잖아요. 그게 각 분야의 미투 운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가장 폐쇄적인 학교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다들 '나만 불편하고 싫었던 게 아니구나' 느끼게 된 거죠. SNS의 역할도 컸고요."
최 활동가 말에 허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저희 세대는 SNS를 정말 열심히 하는데 그러다 보니 거기서 일어난 일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전 스쿨미투가 나오는 게 더 대단해 보여요"라고 말했다. 교우관계나 입시에 한창 예민할 시기인에 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SNS를 통해서 피해 사실을 폭로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설문지가 바꿀 수 있나요?
전국 중·고교로 자주 성교육 강의를 나가는 손 소장도 답답해 했다. "애들이 그래요. '무슨 일만 터지면 설문조사 하는데, 설문지가 우리 인생 바꿔줄 수 있냐'고요. '솔직하게 답변하면 오히려 쓴 사람부터 찾아내려 한다'라고요". 손 소장은 상담센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상담센터는 사실 어디에나 있어요. 그런데 대체로 상담사들은 2~3년 계약직이고 조직 자체의 파워도 약해요. 그런 센터에 애들이 어떻게 믿고 상담을 하겠어요. 상담센터에 힘을 제대로 실어줘야 해요."
전하고 싶은 이야기
최 활동가는 "당장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함께 가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는 걸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허양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묻자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제 나이가 17살인데 인생을 24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이제 새벽 4시쯤인 시간이래요. 우리 모두 아직 인생의 시작점인데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힘내야 한다고, 이제 시작이니까 지치지 않고 오래 가야 한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게 자신이 이기는 일이고 우리가 이기는 일이니까요."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