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2일 공개된 지난달 고용 지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올 1월(33만4000명)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매달마다 부진을 넘어 충격적인 고용 성적표를 받았던 정부 입장에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실업 지표는 부진한 방향으로 ‘기록’을 써내려간다. 고용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도규상 국장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추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고용증가 원인을 뜯어보면 불안한 면이 많다. 일자리를 늘린 주동력이 판매 촉진 행사,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와 같은 일회성 요인이어서다.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감소 폭은 10월 19만6000명에서 지난달 12만8000명으로 7만명 가까이 둔화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11월에 소매업의 판촉 행사가 많았고, 10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증가하며 숙박ㆍ음식업점 등의 일자리 감소 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 11만6000명 증가…10개월만에 최대
중국인 관광객 증가, 판촉 행사 등 일회성 요인 영향
제조업 취업자는 8개월째 내리막, 실업자는 19년 만에 최대
정부가 지난 10월 내놓은 단기 공공일자리 창출 정책이 고용 지표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통계청은 “공공일자리 창출 정책의 영향을 지표상으로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취업자 증가 폭이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소비와 건설 경기가 꺼질 가능성이 크다는 걸 고려하면 서비스업과 건설업 고용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며 “게다가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둔화로 제조업 일자리 사정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 등 민간 분야에서 일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재정 투입에 따른 고용 개선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분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