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타자는 투수 대신 타석에 서는 선수다. 수비 부담이 없는 대신 타격을 잘해야 맡을 수 있는 역할이다. 지명타자 중 1등을 한 이대호는 “수비도 보여줘야 하는데…. 반쪽짜리 같다”며 아쉬워했다. 글러브가 없는(수비를 하지 않는) 선수가 골든글러브상을 받기에 생긴 기묘한 장면이다.
3명을 뽑는 외야수 부문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금지약물 복용 전력 때문에 시상 때마다 논란이 되는 김재환(두산)은 압도적 성적(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으로 1위에 올랐다. 전준우(롯데·타율 0.342, 33홈런, 90타점)에 이어 이정후(히어로즈·타율 0.355, 6홈런, 57타점)가 3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프로 2년생 이정후는 좋은 기록을 거두긴 했지만 4위 김현수(LG·타율 0.362, 20홈런, 101타점), 5위 호잉(한화· 타율 0.306, 30홈런, 110타점), 7위 로하스(KT·타율 0.305, 43홈런, 114타점)보다 낫다고 하기 어렵다.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가리자는 취지로 프로야구 원년(1982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첫 두 시즌은 수비율로 시상하다가 1984년부터는 공격력 위주로 상을 주고 있다. 수비와 공격 비중을 어떻게 나눌지는 투표하는 이의 마음대로다. 그래서 뜻밖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감독·코치들의 의견을 반영해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를 뽑는다. 그래서 이름도 ‘골드글러브’다. 포지션별 최고 타자(공격력 위주)에게는 실버슬러거상을 수여한다. 일본도 골든글러브(수비 위주)와 베스트 9(공격 위주) 시상을 분리한다.
그러나 KBO리그의 골든글러브 선정방식은 30년 넘도록 달라진 게 없다. 수비력을 고려하지 않거나, 외국인 선수를 차별하기 다반사다. 개인적 친분이나 호감에 따라 투표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는 그걸 잘 구현할 수 있는 재료(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KBO리그의 선정 방법이 모호해 매년 시끄럽다. 골든글러브가 도대체 어떤 상인지 KBO는 다시 고민해야 한다.
김식 스포츠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