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편집이 논란이 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영화가 바로 1997년에 제작된 ‘가타카(GATTACA)’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피 한 방울로 유전자 정보를 판독하여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과 수명, 건강 지표 등을 정확히 예측하는 첫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SF영화가 걸작으로 꼽히는 것은 그런 기술의 상당 부분이 이미 실현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며, 미래 사회의 ‘유전자 차별’ 우려 등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첨단의 생명과학기술로 열등한 유전자들을 제거하고 완벽한 인류를 설계하려는 의도는 과연 성공적일 수 있을까? 역사상 잘 알려진 천재와 위인 중에는 자폐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 병리적인 성향을 보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유전자 이상으로 비정상적인 낫 모양의 적혈구를 지니게 되면 겸상적혈구 빈혈증이라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지만,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강한 저항성을 보이기도 한다. 가뜩이나 새로운 인수 공통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우월한(?) 유전자 조합의 인간들이 도리어 신종 바이러스 등에 극히 취약하게 될 수도 있다.
우성이든 열성이든 인간의 유전자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와 생존경쟁의 산물일 것이다. 과욕을 부려서 섣불리 편집하려다가 도리어 개성의 상실이나 인류 절멸에 가까운 부작용과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