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훈 검사 이어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까지…피의자 극단적 선택 왜?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고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한 지 1년여 만에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사령관까지 사망하면서 검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날 이재수 전 기무사사령관은 지인 사무실에 있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에서 투신 사망했다. 이 전 사령관은 “모든 것은 내가 안고 간다”며 “모두에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날 시신이 안치된 서울 경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임천영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고인이 세종시에 집이 있는데 수사 때문에 많이 찾아가지 못했다”며 “억울함과 부당함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지인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을 모두 부인해 왔다”고 말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어제도 보고 오늘도 통화했는데, 무슨 이런 걸 문제 삼느냐 하는 답답함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열심히 일한 하급자들이 구속이 되고 하니 당시 상황에 대해 모든 일을 다 알지 못하지만 사령관으로서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령관의 또다른 지인은 "기무사 안에 재향군인회 지원하는 조직이 원래 있는데, 그걸 갖다가 보수단체 지원 혐의로 덮어씌웠다고 주장했다"며 "주변을 또다시 압박하고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고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기무사령부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을 회복시키기 위해 정보를 수집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기무사 지도부는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던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의 성향과 음주 실태 등을 수집하고, 유가족 단체 지휘부 직업과 정치성향, 가입 정당을 파악하는 등 민간인 사찰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 검사뿐만 아니라 같은 TF 소속으로 알려진 정모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지난해 10월 강원 춘천에서 스스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올해 1월 대검찰청 간부들과 함께 변 검사의 납골당을 찾았다. 문 총장은 유족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변 전 검사 빈소를 두 번 방문한 바 있다.
김민상·김기정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