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중시하던 이재수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로는 구속 말아달라"
투신한 前 기무사령관
35년 군 생활 동안 이 전 사령관은 명예와 의리를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절친인 박지만 회장이 수감됐던 2002년 옥바라지를 한 일화로 유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이던 시절이어서 진급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이 전 사령관은 박지만 회장의 곁을 지켰다고 한다.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만큼 사이가 가까웠다. 이 때문에 기무사령관직에서 1년 만에 물러날 때 “대통령 측근간 알력 다툼에 희생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를 상관으로 모셨던 예비역 인사는 “업무를 할 때는 책임감이 뛰어난 군인이었다”고 회고했다.
민간인 신분이던 그는 올해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14년 4~7월 기무사 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정치 성향 등 동향과 개인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사찰하게 하고, 경찰청 정보국으로부터 진보단체 집회 계획을 수집해 재향군인회에 전달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이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의 수사에 강하게 반발해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업무가 사찰이 아니라는 점을 줄곧 주장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사령관측 변호인은 “육군 예비역 중장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 발부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의 지인은 “명예를 중시하던 고인은 ‘나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며 “다음주에 본격적으로 재판을 준비할 것처럼 보였는데 극단적 선택을 할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강단 있는 성격이라 (자살이) 더욱 믿기지 않는다"며 "수사 과정에서 법원 판결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