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회장과 노 사장의 승진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과 승진이 있다’는 삼성의 인사 기조에 부합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인 64조원대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이 가운데 7할 이상을 김 부회장이 이끄는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최대 실적 경신에다 2년 연속 세계 1위 달성을 견인한 만큼 김 부회장의 승진은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2010년 사장에 오른 후 삼성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사업부장,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삼성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승진은 한편으론 회사의 3대 사업축인 IM(모바일 포함)과 CE(가전 포함), DS(반도체 포함)중 DS 부문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김기남·고동진·김현석 3인 체제 유지해
변화 속 안정, 위기 대응에 무게 실려
최대 실적에도 승진자 수 30% 줄여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사임
내년부터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삼성전자는 이날 부사장 13명, 전무 35명, 상무 95명 등 158명의 승진 인사도 발표했다. 올해 정기 인사(221명)보다 규모가 작지만 2016년(128명), 2017년(80명)보다는 늘었다. 승진 인원 중 과반인 80명이 DS 부문에서 배출됐다. 또 이 가운데 12명은 승진 연한과 관계없이 발탁됐다.
여성과 외국인 승진 인원은 11명으로 전체 승진자 중 7%에 이른다. 발라지 소우리자잔(49) 인도연구소장은 파운드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한 공로로, 김은경(44) 상무는 메모리플래시 품질관리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송명숙(46) 상무는 인도 유튜브에서 13일 만에 1억 뷰를 달성한 ‘보이스 포에버’ 영상을 기획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R&D에 전념하겠다는 임원급 전문가도 15명이 선임됐다. 최정환(50) 메모리플래시개발실 펠로와 마스터 14명이다.
이번 삼성전자 인사는 안정을 회복했다는 점에서도 관심거리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인사 시기가 2016년 이전과 비슷한 12월 초로 돌아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1월 중순 50대 대표이사를 기용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선제적 위기관리 기조를 분명히 했다. 올 4분기부터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이 꺾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임원 승진을 30% 줄여 ‘다시 긴장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사장단 인사(2명)는 2015년 정기 인사에서 김현석·전영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후 가장 작은 규모다. 삼성은 최근 금융 계열사 인사에서도 교체 폭을 최소화했다. 이날 임원 인사를 발표한 삼성디스플레이(22명)·전기(15명)·삼성SDI(15명)·SDS(18명) 등의 인사 폭도 예년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주 초 조직 개편과 보직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