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로드]김치 브런치에 김치 칵테일 한 잔…유럽이 내놓은 파격 김치 메뉴

중앙일보

입력 2018.12.06 14:24

수정 2018.12.0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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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칵테일, 김치 브런치, 김치 샌드위치….
최근 유럽 식당에서 팔리고 있는 김치 메뉴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메뉴다. 유럽에서 현지 식문화와 융합돼 나온 새로운 메뉴이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의 진주(jinjuu)'라는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김치칵테일. 김치 양념으로 다홍빛 색깔과 김치 맛을 가미했다. [사진 런던스칵테일스]

 
6일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현지화된 김치 메뉴는 50여 가지에 이른다. 연구소가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 5곳의 94개 레스토랑을 조사한 결과다. 김치를 요리하지 않고 단품으로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김치볶음밥처럼 한식의 형태로 판매하는 김치 음식이 전체중 81.5%(207건)를 차지했다. 나머지 18.5%(47건)는 현지 음식과 융합된 김치 메뉴다.  
 

영국 런던에서 판매하는 김치가 들어간 샌드위치. [사진 타임아웃]

융합 메뉴가 많지는 않지만, 신선한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재미교포가 영국 런던에 문을 연 ‘진주(Jinjuu)’라는 레스토랑에서는 김치 칵테일(Spiced Kimchee Bloody Mary)을 판매하고 있다. 기본 칵테일에 토마토 주스 대신 김치 양념을 넣어 다홍빛 색깔과 매운 맛을 추가했다.  
김칫소를 넣고 기름에 튀긴 요리도 다양하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김치&양젖 치즈 크로켓을, 프랑스 파리에서는 김치볼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흔하지 않은 김치 버거와 김치 샌드위치 메뉴도 눈에 띈다. 브런치에 김치가 들어가기도 한다. 베이컨 대신 삼겹살을 브런치에 넣으면서 김치를 곁들여 내놓는 식이다.  
 

브런치 메뉴에 베이컨 대신 삼겹살을 넣고, 김치를 함께 곁들인 메뉴. [사진 러더니스트]

이러한 현지화 메뉴 개발은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에서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자국의 식문화가 견고하게 자리 잡은 지역은 김치 현지화 메뉴가 적다. 반면, 영국과 독일처럼 다른 음식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지역은 김치 현지화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칫소를 넣고 튀긴 김치볼. 프랑스 파리에서 판매하는 김치 메뉴다. [사진 옐프]

특히 영국은 최근 ‘클린 이팅(Clean Eatingㆍ유기농 음식만 먹고 가공식품은 먹지 않는 것)’ 열풍이 불면서 배추가 주재료인 김치가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의 대형마트인 테스코에서는 샐러드와 결합해 잘게 썬 김치슬로우(kimchi slaw)가 인기다. ‘어니스트 버거’라는 햄버거 전문 레스토랑에서 생김치를 토핑으로 넣어서 만든 한국식 버거(Korean Burger)는 올해 영국 데일리미러의 ‘10대 런던 햄버거’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뿐 아니라 게르만 문화권인 독일에서는 육류 섭취량이 많다 보니 건강식으로 김치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발효 식품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현지 요리와 접목한 김치 요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지 셰프들은 연구소의 조사 과정에서 “발효된 김치 맛은 유럽의 피클이나 절임 채소와 식감이 유사하고 육류 요리와 김치의 신맛, 감칠 맛이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이 유럽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자 한식 문화, 특히 김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김치 토핑을 넣은 김치 버거. [사진 네버리브더클라우즈]

 
하재호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은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다른 음식 문화를 활발하게 받아들이는 지역을 거점으로 현지의 식문화와 어울리는 김치 레시피 개발 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판매하는 김치&양젖치즈 크로켓. [사진 스트리트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