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출산시 3000만원’ … 허경영의 황당 공약 그 이후
지난해 필자는 한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인구 현상에 대해 강의했다. 강연 말미, 패널 한 명이 저출산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 뭐냐고 질문했다. 나는 장기적으로는 청소년들의 삶이 지금의 청년들이 걷고 있는 길을 걷지 않도록 해줘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현재 청년들의 피부에 와닿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년 아기가 한 50만 명은 태어나야 하고, 저출산 관련 예산이 약 35조원 된다고 하니 35조원을 50만 명으로 나눈 약 7000만원을 태어난 아이에게 현찰로 지원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당시 패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지만 얼마 뒤 저출산 정책을 관장하는 부처의 고위 공직자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았다. 당신과 허경영씨가 다른 게 뭐냐고.
‘출산 시 3000만원’ 허경영 공약
당시엔 말도 안된다 비난 받아
내년부터 아이 한명 지원총액은
3500만원으로 늘어나게 돼
과거정책 프레임 빨리 벗어나
제대로 된 ‘2021계획’ 준비해야
이제 허경영씨의 공약이 실천될 예정이니 내년 혹은 후년에는 출산율이 좀 높아질까? 그럴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년도 혼인건수와 이듬해 출산아 수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올해 혼인건수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내년의 출산아 수는 또 줄어들 게 당연하다. 내년에는 출생아 수 30만 명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내년 이맘때쯤 내후년도 예산을 준비하면서 출산장려금이나 아동수당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3500만원이 4000만원이 되고 5000만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나를 비판했던 그 공직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정부가 나와 다른 게 뭐냐고.
이제 저출산과 관련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 위원회와 사무처는 ‘재구조화’의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있는 듯 보인다.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재구조화에 아무 관심이 없다. 만일 재구조화라는 용어를 슬그머니 버려도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과거의 정책을 비판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2021년부터 시작될 제4차 저출산 기본계획을 준비해야 할 때다. 필자가 알기로 지금까지 저출산 기본계획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돼 본 적이 없다. 위원회와 사무처가 할 일은 앞으로 2년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제4차 기본계획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즘 듣자 하니 위원회와 사무처에서 저출산이 뭐가 문제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황당하다. “국민들은 이렇게 말씀하셔도 된다. 하지만 정부는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국가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말이 아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에 저출산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하신 말씀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