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동 전문가도 국내 도입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노동이사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 등 기업에 1인 이상의 노동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만 3개가 제출돼 있는 상태다.
‘탁상경영’ 막고 애사심 향상 효과
노사협력 세계 최하위권 한국선
양측 갈등이 이사회로 번질 수도
전문가들도 노동이사제는 ‘잘만 운영되면’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는 데엔 동의한다. 현장 아이디어를 반영해 ‘탁상 경영’의 폐해를 막고, 종업원의 애사심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노·사 협력 문화가 자리 잡은 독일·스웨덴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나 가능한 얘기란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일 ‘근로이사제 도입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서 “노·사 협력 순위가 최하위권(2018년 세계경제포럼 조사 140개국 중 124위)인 한국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갈등만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적대적 노·사 관계가 형성된 환경에서 노동이사는 갈등의 ‘중재자’ 역할보다는 노·사 갈등을 이사회 내부로 끌어들이는 역할만 담당하게 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또 노동이사제가 정착된 유럽 국가들은 한국식의 ‘주주 자본주의’와는 사뭇 다른 시장경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전체 기업 중 주식회사는 1%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 기업이 주식시장보다는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특징이다. 정조원 한경연 고용창출팀장은 “독일에선 은행이 사업 자금을 대고 창업자와 노동자가 공동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형태를 띠지만, 미국이나 한국에선 주주가 사업 자금을 대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경영권은 주주 고유의 ‘사유재산권’으로 여겨진다”며 “독일식 노동이사제를 한국에 도입하면 주주 권한 침해로 갈등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