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이 천막 설치를 강행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평화당은 천막 뒤편에 ‘내 표! 어디 갔소?’라고 적힌 대형 걸개를 걸고 천막 안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내 표! 어디 갔소?’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사표(死票) 문제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평화당 “연동형 비례대표 관철”
4월 한국당 이어 국회 천막농성
민노총·시민단체 잇단 국회 집회
정당이 불법 시위·점거 빌미 줘
정당이 국회의사당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한 것은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천막당사를 설치한 것을 포함해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달 27일 오후 본관 중앙홀 중앙 계단을 점거하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 발달 장애 가족들을 살려달라”는 구호를 20여 분간 외치다가 국회사무처 직원과 경찰에게 밀려났다. 대통령이 약속한 돌봄서비스 예산을 국회가 증액해야 한다며 예산안 심의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 것이었다. 본관 내부에서까지 시위가 벌어진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국회 내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 시민단체이다 보니 최근 시민단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국회나 정부가 너무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관용을 베풀다가 법치가 흔들려 그것이 결국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법 행위를 자행하기 때문에 외부 단체의 국회 경내 집회·시위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도 지난 4월 한국당의 ‘천막 농성’을 언급하며 현수막을 펼치려고 시도했다. 한 조합원은 “국회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천막도 치고 현수막도 펴는데 왜 우린 안 되냐. 국회의원은 사람이고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고 외쳤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이 툭하면 경내에서 집회를 여니까 일반 시민들이 국회 경내를 집회 장소라고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