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교민 “환영”“OUT” … 문 대통령 앞 둘로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2018.12.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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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뉴질랜드 첫 공식 일정이 열린 오클랜드 전쟁기념관 앞에서 방문을 환영하는 교민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뉴질랜드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찾은 오클랜드 전쟁기념박물관 앞에서 한국 교민이 둘로 나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을 두고 찬반으로 입장이 갈려서다.
 
전날 기내 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두고 국론 분열이 있을 수가 없다. 모든 국민이 정말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예상은 하루 만에 빗나갔다.

“김정은 답방 국론 분열 없을 것”
대통령 발언 하루 뒤 예상 빗나가

한반도기 든 150명 “건강하세요”
10여 명 “김정은 말고 북 시민 돕자”

박물관 한편에선 ‘더 좋은 세상 뉴질랜드 한인 모임’ 소속 교민 150여 명이 태극기와 뉴질랜드기, 한반도기를 들고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대기했다. 이들은 “대통령님, 건강하세요” “환영합니다”라고 외쳤다.  
 

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뉴질랜드 첫 공식 일정이 열린 오클랜드 전쟁기념관 앞에서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대. [연합뉴스]

반대편에는 ‘대한부흥세계연맹’ 소속이라고 밝힌 10여 명이 ‘Moon Out’이란 피켓 등을 들고 서 있었다. “독재자 김정은을 돕지 말고 북한 시민을 도우라”라고 적힌 피켓도 있었다. 두 시위대는 문 대통령이 박물관 관람을 마칠 때까지 대치했다.


대통령 순방 중 정반대의 교민 시위가 동시에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때 일부 교민이 김 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사기 협정’이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뉴질랜드 교포 300여 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화를 향한 한반도에 극적인 변화가 성공한다면, 우리 국민뿐 아니라 동포들에게도 큰 보람이 될 것”이라며 “조국이 평화롭게 번영할 때 동포들의 삶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초의 한국계 뉴질랜드 의원인 멜리사 리 국민당 의원을 비롯해 박시정 뉴질랜드 외교부 북아시아국 부국장과 골프 선수인 리디아 고, 대니 리 등이 참석했다.
 
당초 간담회 헤드테이블에 좌석이 마련됐던 양정석 코리안리뷰 발행인의 자리는 행사 직전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양 발행인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친형이다. 외부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의식해 양 발행인이 일반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야당 의원 시절 뉴질랜드에서 트레킹을 할 때 양 발행인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친형이 있는 뉴질랜드에 머물렀다.  
 
문 대통령은 4일 오전 재신다 아던 총리와 한국-뉴질랜드 정상회담을 끝으로 5박8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오클랜드=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