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마련된 업무만찬에서 추가관세 부과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중국산에 추가관세 보류
기술 이전, 지재권 보호 90일 협상
트럼프는 농촌 지지율 추스르고
시진핑, 경기침체 막을 시간 벌어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부터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려 한 계획은 일단 보류됐다. 미·중은 대신 앞으로 90일간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문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기간 내 협상이 실패하면 관세가 25%로 인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증가와 중서부 팜벨트 지역의 지지율 하락을 추스르는 목적으로 ‘조건부 휴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또한 경기침체를 심화하는 더 이상의 파국을 막으며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무역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번엔 휴전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차선의 성과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앞서 두 정상은 이날 현지 시각 오후 5시47분부터 2시간30분 동안 무역 담판을 했다. 예정된 시간보다는 1시간 앞당겨 열렸지만 만난 시간은 계획보다 30분 정도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과 멋진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것이 중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을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시 주석도 트럼프와의 우정을 거론하며 “회담을 갖게 돼 매우 기쁘다. 우리 사이의 협력만이 평화와 번영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업무만찬을 끝낸 뒤 공동발표나 기자회견 없이 행사장을 떠났다. 그러나 앞으로 방문과 회담, 통화, 서한 등의 방식으로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기로 하고 적기에 상호 방문을 하기로 했다고 왕이 부장이 밝혔다.
이로써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은 미·중 무역전쟁은 당분간 소강상태를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8월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9월엔 2000억 달러어치에 10%의 관세를 매긴 바 있다. 10% 관세율을 내년 1월부터 25%로 인상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었다. 중국도 이에 맞서 11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겼다. 중국의 보복관세에 트럼프 행정부는 나머지 267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측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은 류허 부총리가 책임자로 무역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번 대표단에서 빠져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뉴욕·베이징=심재우·신경진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