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변 환경도 급변했다. 북한의 유화 노선은 미·중 협조체제의 산물이다. 미·중 협력의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없는 북한의 노선 변화는 생각하기 힘들다. 지금 미·중은 관세 보복전, 기술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신냉전 기류가 강하다. 미·중 대립의 지정학이 꿈틀거리면 북한 비핵화 압박은 약해진다. 북한의 장고(長考)는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중·일 화해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의 불가측성이 빚은 전술적 데탕트 측면이 있지만 제3국에서의 경협 틀은 획기적이다. 국익 앞의 유연성이 놀랍다. 한국의 동맹, 주변국 관계 기상도는 흐림이다. 한반도에 다시 권력 정치가 투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비핵화 의지 ‘진실의 순간’ 맞고 한·일 관계 지뢰밭
국가안보전략 아래 비핵화, 남북 관계 등 각론 짚어봐야
대중 관계는 어정쩡하다. 중국은 기회의 창(窓)이지만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 기업의 일대일로 사업 참가 길을 터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해외 시장의 다변화도 모색해야 한다. 일본이 하는 것들이다. 경제 안보가 국가 안보다. 중국의 근육질 외교는 경계의 대상이다. 자유롭고 열린 바닷길은 모두의 이익이다. 사드 배치는 원칙론을 관철해야 한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여전히 위협 요소다.
대일 관계는 지뢰밭투성이다.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도 중대 기로에 섰다. 대법원이 강제 징용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데 대해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법부 판단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에 온통 귀가 쏠려 있다. 마침 내년은 3.1운동 100주년이다. 여론에 휘둘려 과거사가 한·일 관계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 직시 미래 지향’의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일은 가치를 공유하고, 한·미·일 3각 협력체와 한·중·일 대화체의 교집합이다.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세력의 가교지만 때론 충돌의 교차로다. 이 지정학적 숙명에 한·중·일이 공유할 수 없는 과거사가 걸쳐 있다. 한반도 문제(Korean question)는 복잡하고 심층적이다. 내년은 더 할 것이다. 현안서 한발 물러나 국가 안보전략부터 점검하고, 그 하위 체계로서 북한 비핵화, 남북 및 대외관계의 각론을 짚어보면 어떨까 싶다.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논설위원